돌 속의 깃털, 최초의 새: 아르카이옵테릭스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독일 동부 아이히슈테트 근처의 졸른호펜 채석장에서는 석공들이 아름답고 세밀하게 층이 진 석회암 석판을 잘라내고 있었다. 이곳의 훌륭한 석회암은 대단히 입자가 고와서(화석이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석회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판화용 석판으로 만들어졌다. 1860년의 어느 날, 한 석공이 석회암 속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뚜렷한 깃털 흔적이었는데, 오늘날 새들의 비대칭적인 날개깃과 매우 흡사했다. 이 표본은 결국 유명 고생물학자인 크리스티안 에리히 헤르만 폰 마이어의 손에 들어갔다. 그는 이미 초기 공룡인 플라테오사우루스를 비롯해서, 졸른호펜에서 발견된 공룡과 익룡들 대부분을 기재했다. 이 화석 깃털 하나를 토대로, 폰 마이어는 1860년에 아르카이옵테릭스 리토그라피카(석판에 새겨진오래된 날개)라는 정식 학명을 부여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독일 랑겐알트하임 근처의 채석장에서 거의 완벽한 골격이 발견되었고, 카를 해벌라인이라는 한 지역 의사가 진료비 대신 그 화석을 받았다. 이 발견은 영국 자연학자인 찰스 다윈에게 뜻밖의 선물이 되었다. 그는 파충류가 완전히 다른 종류인 조류로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는지를 이보다 더 완벽하게 보여 주는 사례를 생각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이견을 제출하는 사람은 있었다. 영국 자연사 박물관은 700파운드를 지불하고 해벌라인에게서 이 표본을 구입했다. 그래서 이 표본은 현재의 소재지를 따서 ‘런던 표본’이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이 논쟁의 진짜 결정적인 사건은 따로 있었다. 1874년, 야콥 니엠마이어라는 농민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독임 블룸베르크 근처에서 알려진 모든 아르카이옵테릭스 표본 중에서 최고의 표본을 발견했다. 베를린의 자연과학 박물관은 에른스트 베르너 폰 지멘스로부터 자금을 받아서 이 표본을 2만 골드마르크(현재 가치로 약 2만 1000달러)에 구입했다. 그래서 이 표본은 ‘베를린 표본’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1860년대에 헉슬리가 깨달은 것처럼, 아르카이옵테릭스의 골격은 대부분 공룡과 대단히 비슷하다. 그래서 어떤 표본은 졸른호펜의 작은 수각류 공룡인 콤프소그나투스로 오인되기도 했다. 아르카이옵테릭스가 기본적으로 깃털 공룡이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수많은 증거들이 있는데도, 왜 아르카이옵테릭스를 새라고 부르는 것일까? 사실, 아르카이옵테릭스는 다른 포식 공룡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독특한 새의 특징을 몇 가지 지니고 있다. 엄지발가락이 거의 완전히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으며, 이빨의 가장자리에는 스테이크 칼에 있는 것과 같은 톱니가 없다(…) 아르카이옵테릭스의 깃털이 육식 공룡의 깃털보다 더 발달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또 깃촉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비대칭적인 형태는 아르카이옵테릭스가 오늘날의 새만큼은 아니어도 날 수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르카이옵테릭스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표된 이후에 발견된 최초의 전이화석이고, 일부 공룡이 어떻게 조류로 진화했는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대단히 획기적인 화석이었다. 그러나 초기 조류의 화석 기록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 북동부에 위치한 유명한 랴오닝 화석층에서 발견된 화석 중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확실히 날지 못하고 잘 발달한 깃털을 갖고 있던 여러 비조류 공룡의 화석일 것이다. 이런 화석에는 시노사우롭테릭스(…)그리고 조그만 미크로랍토르의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표본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이런 공룡은 확실히 날개깃이 없거나 그들의 깃털이 비행에 이용된 다른 징후가 없다. 오히려 이 화석들은 깃털이 육식공룡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특징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깃털은 비행이 아닌 단열을 위해 진화했다가, 훗날 날기 위한 구조로 변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2003년, 리처드 프룸과 앨런 브러시는 깃털의 기원을 완전히 다시 생각한 논문을 발표했다(…) 깃대가 전진 방향의 깃판에 가깝게 비대칭을 이루는 전형적인 날개깃은 아르카이옵테릭스에서 나타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과학자는 아르카이옵테릭스가 깃털이라는 오랜 유산을 진정한 비행을 위해서 변형시킨 최초의 공룡-조류 전이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아르카이옵테릭스는 공룡 시대에서 나온 수백 점의 놀라운 화석 조류 표본 중 하나일 뿐이다. 이 표본들은 공룡, 특히 조류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다. 공룡은 바로 지금 당신의 새장 속 횃대에 앉아 있거나 당신의 마당 위를 날아다니고 있다. 그러니 다음에 깃털 달린 공룡이 날아오르는 것을 보면, 벨로키랍토르 같은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타조에서 벌새에 이르는 놀랍도록 다양한 새들로 변모한 진화의 경이로움을 음미해보자. 모든 새는 살아 있는 깃털 달린 공룡이다.
아래 이미지는 나무위키에서 가져온 아르카이옵테릭스 베를린 표본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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