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쳇바퀴를 사랑하기 위하여
로빈슨 크루소의 속편이 있다는 얘기는 이 책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과문이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숨길 일도 아니라고 믿습니다. 대니얼 디포가 속편에서 쓴 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 하는 사람은 일할 기운을 줄 양식을 얻으려고 매일 기를 쓰며 일한다. 그리고 그 일 하는 과정에서 다시 그 기운을 소진한다. 일하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일하는 슬픔의 쳇바퀴를 돌린다. 마치 매일의 양식이 노곤한 삶의 유일한 목적이고, 노곤한 인생 속에서만 매일의 양식이 얻어지는 것처럼.’
대니얼 디포가 살던 18세기 영국은 이미 분업에 기초한 산업화와 상업화가 상당히 진행된 사회여서 분업화된 세계의 한 부속품으로서 사람들은 점점 더 노동과 삶으로부터 소외되었다고 합니다. 현대는 18세기 보다 더하죠? 소외된 노동으로부터 보람이나 의미나 즐거움을 찾기는 쉽지 않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이 메마르고 고단한 삶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여가를 가지면 해결이 되지 않을까요? 그러나 여가는 인간을 공허하고, 무료하고, 빈둥거리고 낭비하게끔 만든다는 주장을 소개합니다.
저도 한때 그런 생각을 했고, 많은 젊은이들이 지금도 갈망하는 삶의 한 형태는 젊었을 때 적성에 안 맞고 재미없는 일을 참아가며 해서 큰돈을 번 뒤, 여생(반드시 늙을 필요는 없지요)을 여가를 즐기며 느긋하게 살겠다는 계획입니다. 저자는 이 계획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적성에 맞고 재미없는 일이라면, 그저 돈 때문에 해야 하는 노동이라면, 과정 자체가 불행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돈을 모으지 못해도 불행하지만, 계획대로 큰돈을 벌어 긴 여가를 누리게 되어도 불행하다. 긴 세월 그를 기다려준 것은 정작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긴 여가일 터이므로.”
그러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인간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노동을 없애는 것이 구원이 아니라 노동의 질을 바꾸는 것이 구원이고, 일로부터 벗어나야 구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즐길 수 있어야 구원이 있다고 하고, 공부를 안 하는 게 구원이 아니라, 재미있는 공부를 하는 게 구원이라고 합니다. 사람을 안 만나는 게 구원이 아니라,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구원이라고 합니다. (157쪽)
이분 허무한 이야기만 하시는 분이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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