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얼굴을 확인 않기로 했습니다.
책표지의 바로 뒷면에는 저자의 소개란이 보통 있습니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닙니다. ‘김영민’ 저자의 소개가 단출하게 있습니다. 저자 소개가 상세하지 않아 그(?)의 인생 역정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글을 읽는 데 별 지장도 다른 감흥도 없어 그러려니 하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음 글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블라우스가 정말 아름다운 옷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선뜻 사서 입지는 않는다.” 글을 발견하고 ‘저자가 여자인가?’ 갑자기 생뚱맞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이 거의 끝이 날 지점 261쪽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저자가 남자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저자를 검색했습니다. 사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사진을 올리지 않은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소개한 직장 사이트에 가면 되겠지 생각하고 검색을 하면서 크게 웃고 말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두 명함판 사진이 다 있는데 이 분은 아마도 자신이 쓴 책 사진을 올려놓았더군요. 유쾌하게 웃고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성별을 확인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블라우스에 제가 선입견을 갖고 있어서 혹시 그런 게 아닌가 단어를 검색하니 ‘여자들이 입는 셔츠 모양의 옷’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가 세상일에 둔해서 블라우스를 여자들만 입는다고 생각했지만, 남자라고 못 입을 것도 아닌 세상이겠거니, 아니면 남자들을 위한 블라우스도 있겠지 생각하고는 책을 계속 읽습니다. 여자면 어떻고, 남자면 어떻습니까.
얼굴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는 PR세상이지만 저자는 “나는 오랫동안 목적 없는 삶을 원해왔다. 왜냐하면 나는 목적보다는 삶을 원하므로. 목적을 위해 삶을 희생하기 싫으므로” (288쪽)라고 선언하고 있었습니다. 존중합니다. 이분의 책들을 도서관 사이트에서 관심도서로 지정했습니다. 시간 나는 대로 읽으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처음 읽을 때는 허무 등등의 단어로 인하여 읽기에 부담스러워 한 권으로 만족하려고 했지만, 허무가 허무만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으므로 이분의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삶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정신적 관음증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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