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서를 읽으면서 드는 기시감(데자뷔)
1
영화 ‘남한산성’의 시놉시스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청의 대군이 공격해오자 임금과 조정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추위와 굶주림, 절대적인 군사적 열세 속 청군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 대신들의 의견 또한 첨예하게 맞선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청의 치욕스런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그 사이에서 ‘인조’(박해일)의 번민은 깊어지고,
청의 무리한 요구와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데...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나라의 운명이 그곳에 갇혔다!
2.
모두가 잘 아는 내용이다. 청의 대군을 상대로 남한산성에 갇혀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을 때다. 말이 화살을 대신하여 날아다니는 조정의 모습이다. 영화의 대사를 소개한다. 이조판서 최명길과 예조판서 김상헌의 논쟁이다.
최명길: ..신의 학식과 경륜이 짧아, 전하의 성심을 온전히 글로 옮기지 못했사옵니다. 고쳐야 할 곳이 있으면 하명해 주시옵소서.
김상헌: 이 문서가 정녕 살자는 문서이옵니까? 전하, 명길의 문서는 살자는 글이 아니라..
최명길: (김상헌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그러하옵니다. 신의 문서는 글이 아니라, 길이옵니다. 전하께서 밟고 걸어야 할 길이옵니다.
김상헌: 지금 전하의 군사들은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죽기로 성첩을 지키고 있사옵니다!
최명길: 성첩 위 군사들은 이미 추위와 굶주림에 기력을 잃어가고 있사옵니다.
김상헌: 내일이 보름이옵니다. 오늘밤 반드시 금단산에 봉화가 오르고 근왕병들이 성을 향해 달려올 것이옵니다!
최명길: 오늘 답서를 보내지 않으면.. 칸의 대군이 성벽을 넘어 들어와 세상은 모두 불타고 무너져버릴 것이옵니다.
김상헌: 하룻밤이옵니다! 하룻밤을 버티지 못하고 어찌 먼저 무릎을 꿇으려 하시옵니까!
최명길: 그 하룻밤에 온 세상이 무너질 수 있사옵니다. 상헌은 우뚝하고, 신은 비루하며 상헌은 충직하고, 신은 불민한 줄 아오나! ..내일 신을 죽이시더라도.. 오늘 신의 문서를 칸에게 보내주소서.
김상헌: 명길이 칸을 황제로 칭하고 전하를 칸의 신하로 칭했으니, 전하께서는 명길의 문서를 두 손에 받쳐들고 칸 앞에 엎드리시겠사옵니까? 무릎을 꿇고 술을 따르라 명한다면 칸에게 술을 따라 올리시겠사옵니까?!
최명길: 전하..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는 것과 같이 약한 자 또한 살아남기 위해 못할 짓이 없는 것이옵니다!김상헌: 정녕 명길이 말하는 것이 전하가 살아서 걸어가시고자 하는 길이옵니까?
최명길: 상헌의 말은 지극히 의로우나 그것은 그저 말에 지나지 않사옵니다! 상헌은 말을 중히 여기고, 삶을 가벼이 여기는 자이옵니다.
김상헌: 명길이 말하는 삶은 곧 죽음이옵니다. 신은 차라리 가벼운 죽음으로 죽음보다 더 무거운 삶을 지탱하려 하옵니다.
최명길: 죽음은 가볍지 않사옵니다, 전하! 상헌이 말하는 죽음으로써 삶을 지탱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김상헌: 명길은 삶을 죽음과 구분하지 못하고 삶과 죽음을 뒤섞어 삶을 욕되게 하는 자이옵니다!
최명길: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사옵니다! 전하, 만 백성과 함께 죽음을 각오하지 마시옵소서!
김상헌: (울먹이며) 한 나라의 군왕이 오랑캐에 맞서 떳떳한 죽음을 맞을지언정 어찌 만 백성이 보는 앞에서 치욕스러운 삶을 구걸하려 하시옵니까!? 신은 그런 임금은 차마 받들 수도, 지켜볼 수도 없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신의 목을 베소서...
최명길: 무엇이 임금이옵니까?! 오랑캐에 발밑을 기어서라도 제 나라 백성이 살아서 걸어갈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자만이 비로소 신하와 백성이..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임금이옵니다! 지금 신의 목을 먼저 베시고, 부디 전하께서 이 치욕을! ..견뎌주소서...
3.
시대와 무대가 다른 곳에서의 장면
예레미야 : 이 성에 머무르는 자는 칼과 기근과 전염병에 죽으리라. 그러나 갈대아인에게 항복하는 자는 살리니 그는 노략물을 얻음 같이 자기의 목숨을 건지리라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이 성이 반드시 바벨론의 왕의 군대의 손에 넘어가리니 그가 차지하리라 하셨다 하는지라(예레미야 38장 2, 3절)
스바댜, 그다랴, 유갈, 바스훌 등 고관들: 왕께 아뢰되, 이 사람이 백성의 평안을 구하지 아니하고 재난을 구하오니 청하건대 이 사람을 죽이소서 그가 이같이 말하여 이 성에 남은 군사의 손과 모든 백성의 손을 약하게 하나이다(예레미야 38장 4절)
제 스스로 나라와 백성을 지키지 못하는 자들은 충신들을 시험에 들게 하고, 나라와 백성의 존망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고금과 동서양을 막론하고 같더라.
예레미야서를 읽으면서 느끼는 기시감이 이렇더라.
(남한산성 관련 인용문은 위키백과에서 인용함)
'성경공부,오늘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약성경의 시대 구분 (0) | 2019.01.15 |
---|---|
구약성경의 체계 (0) | 2019.01.11 |
중국문자로 본 창세기 주장이 주는 역설 (0) | 2018.10.23 |
믿음의 확산은 모양을 달리 하기도 한다. (0) | 2018.10.23 |
'오늘 살 힘' 독서정리:이찬수 목사님 설교 묶음. (1) | 2018.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