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3

내 남편. 모드 방튀라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간행

세상은 여전하다는 말을 간혹 듣습니다. 그런데 사실 여전한 것은 거의 없는듯합니다. 작년과 달리 금년은 여름이 더 덥습니다. 작년보다 금년의 농사 작황이 별로입니다. 콩은 꽃을 피우지만 열매를 매달지 못합니다. 봄만 해도 비가 적당히 왔고, 장마도 꾸준했는데 더위 통에는 가뭄이 심했다고 합니다. 그 탓에 콩꽃이 핀 후 그냥 시들어버렸습니다. 호박도 종전처럼 시원하게 자라지 못했습니다. 과일 값이 작년에 이어 금년도 비쌉니다. 한해 두 해가 서로 다른데 사람이 일생을 통하여 만나는 할아버지 세대, 아버지 어머니 세대, 그리고 우리 세대, 자식 세대, 손자 세대가 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부르더니, 어른들의 부양의무와 함께 자식들의 부양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로서 샌드위치 세대..

매일 에세이 2024.09.01

동급생. 프레드 울만 소설. 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간행.

역사 속에 던져진 인간이란 참으로 왜소하게 보입니다. 부정한 권력에 대항하고, 사회 개혁에 투신하는 개인은 역사의 관점에서 볼 때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공연히 힘 빼지 마라.” 많은 어른들이 충고라는 허울을 쓴 무력감을 강요했습니다. 아이들은 일찍부터 옥죄고 무장해제 당합니다. 자신의 세계관의 터를 알게 모르게 만들어 가는 시기가 청소년기입니다. 부모와 선생에게 반항하며 실패와 조그만 성취를 통해 게으른 무력감과 싸우고, 비겁한 변명을 거부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두꺼운 벽이라 달려들어도 얻는 것은 머리가 깨지고 손이 까지는 상처뿐입니다. 그 시절을 함께 울고 위로하고 결심하고 행동하게 한 것은 몇 안 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어깨 걸어 뛰고 쉬며 걸었던..

매일 에세이 2024.08.26

정치 전쟁,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출간 1.

정치 전쟁,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출간 1. 저는 정치에 관심이 많습니다.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눈 뜨고 당할 수 있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을 했습니다. 당시 은행원의 월급은 은행이 결정을 할 수 없었습니다. 재무부에서 점심값까지 간섭을 했습니다.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많다는 이유도 있었고, 월급이 많으면 우수한 대졸 인력들이 은행으로 쏠려 박통이 추진하는 수출입국 정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 때문이라고도 했습니다. 대통령은 우수한 인재가 종합상사에 가서 수출에 매진해야지, 매뉴얼대로만 하면 되는 은행업무는 상고 졸업생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도 들렸습니다. 사실 이렇게 된 것은 5.16쿠데타를 일으키기 전 박정희 소장이 군에 있을 때 옆집..

매일 에세이 2022.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