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2

하얼빈. 김훈 지음, 문학동네 2.

국가 앞에서는 종교는 없다 안중근의 종교는 가톨릭입니다. 영세를 받았고 그의 가톨릭 이름은 도마입니다. 그에게 영세를 주었던 빌렘 사제는 도마에게 교육에 힘쓰라고 충고합니다. 그러나 중근은 이를 거부하고 상해로 갔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귀향한 후,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 갑니다. 도마는 빌렘 신부에게 “국가 앞에서는 종교는 없다”라고 단언합니다. 그의 종교는 살인을 금합니다. 살인의 동기와 목적은 불문합니다. 그러나 중근은 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로 간 중근은 하얼빈으로 이동하여 이토를 하얼빈역에서 총살합니다. 동양의 평화는 힘이 세다고 해서 이웃 나라를 강점하는 평화가 아니며 동양의 여러 나라가 공존하며 발전하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탄환이 되어 불을 뿜습니다. 이토는 조선의 독립을 보장..

매일 에세이 2023.05.05

하얼빈, 김훈 지음. 문학동네 1

초라한 먹물들. 지워진 기억 속의 이 씨 왕가 국권을 상실하고 나라의 존망이 백척간두에 섰을 때, 권력을 가진 자들은 아무도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생각하는 것이라고는 어느 줄에 서야 목숨을 부지하고 나아가 부귀와 영광을 가질 것인지 골몰하였지요. 나라의 임금이 황제가 되었다고 국호를 대한제국이라고 붙이는 것도 허황한 짓이었습니다. 만약 임금과 신하들이 겉으로는 힘에 굴복하면서도, 뒤로는 항쟁과 독립을 위한 지원을 했더라면, 국권은 회복이 되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우리는 추억으로 그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고종이 헤이그에 밀사를 보내고, 아관으로 파천을 하는 일들이 무지막지한 일본에 대한 항쟁으로 기록되는 것이 황탄한 말이고 황잡한 말입니다. 말은 시간을 넘어 건너가지 못하고 책 속에서 ..

매일 에세이 20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