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유령이 나오고 악령이 나오고 귀신이 나온다고 해서 무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유령이 나와 닮았고, 악령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고, 귀신이 낯이 익으면 무서운 이야기가 됩니다. 인간 내면에는 여러 인간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저 그런 이야기로 듣다가 어느 날 문득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교교한 달빛 아래, 느티나무 그림자 밑에서 숫돌에 칼을 갈아 칼날이 설 때처럼 시퍼렇게 살아나면 보고 싶지 않은 다른 나의 존재를 인식합니다. 그게 유령이고 악령이고 귀신이라는 생각이 들 때 무서운 이야기가 됩니다. 정보라의 ‘저주토끼’를 읽고 비가 오는 밤마다 가로등 불빛 아래를 지나 집으로 와서 매번 반복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늘 밤도 카페에서 술집에서 길바닥 시위장소에서 반복해서 들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