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4

QT. 사랑에 관하여 (요한일서 3 : 13-4장)

QT. 사랑에 관하여 (요한일서 3 : 13-4장) 우리는 형제를 사랑함으로 사망에서 옮겨 생명으로 들어간 줄을 알거니와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사망에 머물러 있느니라(요한일서 3: 14절) 정보라의 저주토끼에서 나오는 얘기입니다. 개인의 원한을 직접 풀기 위하여 남을 저주하는 물건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문의 불문율임에도 할아버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을 파멸로 이끈 자를 저주하기 위하여 저주토끼를 만듭니다. 할아버지는 안개가 불빛을 막아 길도 잘 보이지 않는 달밤이나, 비가 으슬으슬 기온을 내리며 음산한 기운을 뿜는 밤이면 집으로 와서는 손자에게 토끼가 어떻게 저주를 여기저기 토끼 똥처럼 뿌리고 다녔는지 옛날이야기를 하듯 혼잣말을 합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사망의 길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성경 말씀에서 저..

그리고 문어가 나타났다. 정보라, 구한나리, 곽재식 외 지음. 아작 간행

그리고 문어가 나타났다. 정보라, 구한나리, 곽재식 외 지음. 아작 간행 고등학교 교실에 땅거미가 불길하게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부르기를~” 하고 시작하는 호산(呼算)을 멈추고 창밖을 보면서 주판을 교탁에 놓았습니다. 특활시간 주판을 튕기던 동급생들도 모두 저를 따라 어둑어둑 회색으로 변하는 창밖을 보았습니다. 같은 마음으로 주판에서 손을 떼고 ‘뭐 재미난 일이 없을까?’ 궁리를 하는 눈치였습니다. 누구도 어두워져 가는 교실을 밝힐 형광등 스위치를 건드리고 싶지 않은 눈치였지요.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봐.” “그래 하나 해봐라. 기왕이면 무서운 걸로.” 초등학교 시절, 가내수공업으로 코끼리 피리(혓바닥 피리)를 만드는 작업장에서 폐기하는 영화 필름을 용매에 넣어 필름에 코팅된 인화물을 녹이고 하얗게..

매일 에세이 2022.11.09

저주 토끼. 정보라 지음. 아작 간행 2.

머리 제가 아는 화장실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 들었던 “파란 휴지 줄까? 빨간 휴지 줄까?” 뿐입니다. 어떤 휴지를 선택해야 죽지 않는지 지금은 잊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화장실 변기에서 머리가 쑥 올라왔다는 얘기에 섬찟하면서도 조금은 우습게 읽었습니다. 뭐 별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는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상력으로 나온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상상하면서 읽었지만 흥미를 잃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버렸던 나의 몸속의 오물이 어떻게 알뜰살뜰 이용되어 인생의 황혼녘에 다시 젊음을 지닌 생명체로 돌아오는지 감탄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내가 아끼던 것을 준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지니면 불편할 것들을 버린 것일 뿐인데, 만들어진 젊은 생명은 창조주에게 무엇을 주었을까요? 창조주는 어떤 보답을 받을까..

매일 에세이 2022.10.18

저주 토끼. 정보라 지음. 아작 간행 1.

저주 토끼 얼마 전 고속도로에서 뒤차가 추돌을 했습니다. 소리도 크게 났지만, 출근 중이던 우리 일행 3명이 놀랐습니다. 후방 카메라를 확인하니, 운전자가 전방을 보지 않고 브레이크조차 밟지 않고는 우리를 들이받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고속도로에도 정체구간이 있는데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추돌을 한 것입니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추나요법을 권해서 치료를 했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조언이 도착했습니다. 두 달 정도 치료를 받고 무응답이면 2백만 원의 합의금을 보험사에서 제시할 것이니 그때까지 참고 기다리라는 도움의 말들이었습니다. 이번 사고를 당한 일행 중 한 분은 딸이 운전을 하다가 선행차량을 추돌했는데, 차에 탔던 할머니의 치료비로 약 1,800만 원을 지불했다는 보험사의 사고처리결과를 문자로 ..

매일 에세이 202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