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3

천사의 탄식. 마종기 시집. 문학과 지성사 간행 1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합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집니다. 수년간 같은 경기도에 살면서도 전화 연락 한 번 제대로 하지 않던 외사촌 동생이 전화를 했습니다. 순간 집에 우환이 생겼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내년이면 구순인 외삼촌이 계시니 그런 생각이 든 겁니다. 다행히 나쁜 소식은 없었습니다. 조카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자주 보진 않았지만 맹랑한 녀석이 벌써 31살이라고 하니 세월은 시위를 떠난 화살이건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동생의 근황을 묻다 하던 일이 거의 없어졌다는 말에 “구상 중인 사업은 없니?” 묻자 “이제는 사람들 만나서 도움을 요청하고 뭔가를 한다는 것이 자신이 없습니다.” 답이 옵니다. 일을 시작하겠다고 생각을 하면 몸도 아파진다고 말을 이었습니다. “그래 건..

매일 에세이 2024.03.06

자전거 여행 2.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문학동네

자전거 여행 2.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문학동네 자전거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자전거에 대한 추억은 빛이 바래도록 오랜 기록입니다. 자동차 정비공장을 운영하시던 외삼촌 댁에는 귀한 어린이용 자전거가 있었습니다. 그 자전거로 넘어지지 않고 타는 법을 배웠습니다. 걸어서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곳을 일요일 일찍 걸어가서는 하루 종일 사촌들과 자전거를 탔습니다. 페달을 밟느라 사타구니는 발갛게 달아올랐고, 밤새 끙끙거렸던 기억도 납니다. 이제는 고향에 가더라도 아파트와 차들로 번잡한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작가의 글을 읽고는 자전거를 소환합니다. 그 자전거를 타고 제 어릴 적 고향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보려고요. 부산시 북구 금곡동 공창마을, 범어사의 뒷산인 금정..

매일 에세이 2023.04.20

복숭아 향기,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복숭아 향기,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그렇게 진지한 물음이 아님에도 몇 번의 질문, “어떤 과일을 좋아하세요?”의 대답은 “복숭아”라고 했답니다. 그저 시간을 때우거나, 어색한 분위기를 못 이겨 가볍게 한 질문일 수 있음에도 답은 늘 복숭아라고 했다는 말입니다. “어떤 과일?”이라는 질문에 “복숭아”라고 대답하겠다고 준비한 것도 아닌데 그랬다는 말입니다. 이거 복선이지요? 어머니에게서 들은 것으로 기억하는 아버지가 다녔다는 신문사가 있는 M시, 그곳을 단 한번도 가지 않았다는 얘기에 뭐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넘어가는 나를 보면서 ‘참 소설 쉽게 읽는다’는 질책을 했습니다. 일가붙이라고는 어머니의 오빠인 외삼촌뿐이다는 것에서도 진지하게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건듯건듯 이야기를..

매일 에세이 202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