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원 5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열림원 간행 3.

사랑은 고통으로부터 선생의 글 제목입니다. 심한 입덧을 경험한 아내를 보면서 시간과 함께 변한 자신의 소감을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사랑도 기쁨도 반드시 고통을 통해서만 얻어진다는 사실을 산모의 고통을 통해 깨달았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먹지 못하고 화장실의 변기에 머리를 박고 먹은 것도 없는 위장을 계속 비우는 고통의 끝에 예쁜 아기가 태어나면 그동안 겪은 고통을 잊을 정도로 사랑이 넘친다는 것이지요? 정말 그런 지는 저도 알 수 없지만, 심한 입덧을 겪은 임부가 둘째의 임신을 거부하는 것을 목격하기는 했습니다. 선생의 감성이 아주 민감하여 아내의 입덧을 자신 또한 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긴 하지만 저는 선생의 이야기에서 억지스러움을 봅니다. 사실 입덧 만으로 당시 선생이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것은 아..

매일 에세이 2023.01.04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열림원 간행 2.

항상 모르는 게 있으면 알아야 하는 사람.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는 분. 이어령 선생의 글을 읽다보면 집요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생각을 하는 유일한 동물이 사람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도 있다는 생각에 저는 동의합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로 기억하는데, “사람이 사는 의미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스님이 하는 답입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없어요. 그냥 사는 것이지.” 우리가 태어난 이유를 누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 때문이라고 구라를 풀기도 했고, 철학이 사람의 삶을 나름 설명하기도 하지만 어미와 아비가 만나 만든 자식의 삶이라는 것이 어미와 아비가 당초 깊은 뜻을 품었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듯이 갓 태어난 조막만 한 아이가 무슨 뜻을 가졌겠습니까. 주어진 삶을 사는 것일 ..

매일 에세이 2023.01.04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지음, 열림원 간행 2.

하나님을 만나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거울을 갖게 됩니다. 저자가 세례를 받은 후 예수쟁이라고 욕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화내지도 않고요. 그 이유는 욕을 하는 그들의 얼굴과 거동에서 저자 자신이 그동안 걸어왔던 외롭고 황량한 벌판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남을 찌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막의 전갈 같은 슬픈 운명을 보았다고 말합니다. 그의 문학계 데뷔는 ‘우상의 파괴’라는 글로 비롯됩니다. 이 글은 전갈의 독침을 가진 글처럼 보입니다. 나무 위키에서 그의 데뷔 글에 대한 설명을 옮깁니다. ‘이어령은 이 글에서 당시 문단의 거두였던 소설가 김동리, 모더니즘 시인 조향, 소설가 이무영을 각각 '미몽(迷夢)의 우상', '사기사(詐欺師)의 우상', '우매(愚昧)의..

매일 에세이 2022.07.24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지음, 열림원 간행 1.

추락과 아픔의 경험은 하나님을 만나게 합니다. 살면서 고통이 없으면 종교를 만날 가능성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모태 신앙이라고 부르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성년이 되어서도 믿음을 유지하는 경우가 얼마인지는 잘 모르지만, 간혹 목사님들의 설교에서나, 성경강좌에서 들은 바로는, 연애나 결혼을 하고는 교회를 자주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너무 행복한 게지요. 그러다 신혼이 끝나고, 결혼 생활이 위태로워지거나, 꾸렸던 가정에서 위기가 닥치거나, 가족의 건강이 위협을 받거나 하면 다시 교회를 나온다고 하더군요. 위기가 닥치면 사람은 누군가에게 매달려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 것이 본능일 것 같습니다. 도움을 주실 분 중 그들이 가장 잘 아는 분이 하나님이시니 당연히 교회로 나오는 것이지요. 이어령 선생의 경우도 그런..

매일 에세이 2022.07.24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산문, 열림원 출간.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산문, 열림원 출간. ​ 김애란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좋아했다. 산문도 그럴 것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2000년대 초에 발표한 글도 있는 것을 보면 작가의 나이 20대에 쓴 글도 있었다. 40대의 글을 찾아봤지만 2018년의 글이 가장 최근인 것 같았다. 초판이 2019년 인쇄되었다고 하니 30대의 글이 가장 최근이다. 내가 60을 넘겨서 그런지 그녀의 글에서 호기심을 가질 것이 별로 없었다. 아마도 다른 작가의 작품집에 수록한 글도 있었던 것 같은데, 작가가 소개한 다른 작가도 그렇게 깊이 알고 있는 작가는 아니었다. 글에 공감이 가지 않았다.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온 김애란의 책은 두 권이었다. 하나는 짧은 소설, 칼자국이었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엄마의 칼자국이 패인 ..

매일 에세이 202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