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간행 2

내 남편. 모드 방튀라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간행

세상은 여전하다는 말을 간혹 듣습니다. 그런데 사실 여전한 것은 거의 없는듯합니다. 작년과 달리 금년은 여름이 더 덥습니다. 작년보다 금년의 농사 작황이 별로입니다. 콩은 꽃을 피우지만 열매를 매달지 못합니다. 봄만 해도 비가 적당히 왔고, 장마도 꾸준했는데 더위 통에는 가뭄이 심했다고 합니다. 그 탓에 콩꽃이 핀 후 그냥 시들어버렸습니다. 호박도 종전처럼 시원하게 자라지 못했습니다. 과일 값이 작년에 이어 금년도 비쌉니다. 한해 두 해가 서로 다른데 사람이 일생을 통하여 만나는 할아버지 세대, 아버지 어머니 세대, 그리고 우리 세대, 자식 세대, 손자 세대가 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부르더니, 어른들의 부양의무와 함께 자식들의 부양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로서 샌드위치 세대..

매일 에세이 2024.09.01

동급생. 프레드 울만 소설. 황보석 옮김. 열린책들 간행.

역사 속에 던져진 인간이란 참으로 왜소하게 보입니다. 부정한 권력에 대항하고, 사회 개혁에 투신하는 개인은 역사의 관점에서 볼 때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공연히 힘 빼지 마라.” 많은 어른들이 충고라는 허울을 쓴 무력감을 강요했습니다. 아이들은 일찍부터 옥죄고 무장해제 당합니다. 자신의 세계관의 터를 알게 모르게 만들어 가는 시기가 청소년기입니다. 부모와 선생에게 반항하며 실패와 조그만 성취를 통해 게으른 무력감과 싸우고, 비겁한 변명을 거부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두꺼운 벽이라 달려들어도 얻는 것은 머리가 깨지고 손이 까지는 상처뿐입니다. 그 시절을 함께 울고 위로하고 결심하고 행동하게 한 것은 몇 안 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어깨 걸어 뛰고 쉬며 걸었던..

매일 에세이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