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되는 오늘 8

역사가 되는 오늘. 전우용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8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이 구속되었다는 기사를 잠깐 봤던 기억이 납니다. 서민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던 그도 돈에는 약한 인간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해서 브라질 국민들을 얕잡아 봤습니다. 이놈 저놈 모두 똑같이 썩은 놈들이라 국민이 다시 뽑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의 글을 보고는 제가 바보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21세기형 쿠데타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것이 선생의 주장입니다. 쿠데타의 행동대원은 언론인들이었고, 부패한 법조인들이 카르텔을 이루어 보우소나루가 정권을 잡게 도왔습니다. 보우소나루는 정권 창출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그 대가로 국영기업들을 민영화시켜 나눠 먹게 했다고 합니다. 선생은 브라질은 망하지 않았지만 브라질의 서민 다수는 망했다고..

매일 에세이 2023.12.03

역사가 되는 오늘. 전우용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7

세상을 보는 눈은 같지 않습니다. 선생은 토지사유권과 토지공개념에 대한 글을 쓰면서 토지를 이용한 ‘사익 추구’는 많든 적든 ‘공공의 손실’을 유발하기 마련이라면서 ‘토지공개념’은 사유재산에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사유재산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말에 동의를 하시는지 그렇지 않은지 여러분의 생각을 묻습니다. 누군가가 사유재산 토지에 초고층 건물을 지으려고 합니다. 허가신청을 하면서 그가 내세우는 개발논리는 여기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주변 지역의 개발이 촉진되고, 인구가 유입되며,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주변 상권이 강화되어 인근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된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에 대하여 개발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주거 인구가 늘어나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교..

매일 에세이 2023.12.03

역사가 되는 오늘. 전우용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6

당신은 이 경우 무엇을 포기하시겠습니까? 당신의 직업은 국회의원입니다. “난 아닌데” 하시지 마시고, 국회의원이라고 상상을 하십시오. 당신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세종시의 개발계획을 직접 수립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에 사시는 아버지가 세종시에 땅을 3,000평 샀습니다. 아마도 당신이 아버지와 같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요즘 회사에 일이 많아요. 그래서 아버지랑 밥을 자주 못 먹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에게 근황을 말씀드렸을 것이고, “무슨 일이 그렇게 많니?” 아버지가 걱정을 하시니, 당신은 세종시 개발계획업무라고 설명을 했을 것입니다. “세종시 어딘데?” 단지 아버지는 자식의 일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뿐이고, 당신은 그런 아버지에게 세종시 어딘지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

매일 에세이 2023.11.26

역사가 되는 오늘. 전우용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5

젊은 남성들의 ‘반동화’, ‘보수화’는 사실인가? 음식점에서 자칭 페미니스트 여성이 옆 테이블의 남성에게 먼저 도발을 하고는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발을 했던 사건이 기억납니다. 20대와 30대 젊은 남성들이 들불처럼 분노를 태웠지요. 연세대학교였나요?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집회를 해서 자기들의 수업권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요. 젊은이들이 ‘반동화’, ‘보수화’ 되었다는 말들이 여기저기 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를 심리적으로 분석하기도 하고, 경쟁이 치열한 신자본주의 체제를 탓하기도 합니다. 역사학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궁금했습니다. 마침 선생의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에도 소개를 했지만 일본 천황제 군국주의가 ‘현모양처론’을 만들어낸 건 남자들을 가정에서 빼내어 천황에게만 충성..

매일 에세이 2023.11.26

역사가 되는 오늘. 전우용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4

어버이 친(親), 친일의 정의 친(親)을 검색하면 ‘친하다’는 뜻 말고 ‘어버이’ 뜻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생은 친일파의 친이 친구라는 뜻이 아니라 어버이라는 뜻이다고 풀이합니다. 일본어에서도 오야지(親父)는 아버지, 오야붕(親分)은 ‘아버지처럼 의지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일본과 친한 것하고 일본을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별생각 없이 친일을 생각하면 일본을 선망하며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떠오를 수 있겠지만, 어버이 뜻으로 친일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일제강점기를 극복하려고 애를 쓰며 일본과 친해지려고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자기의 입장이 왜곡되고 오해될 수 있어 선뜻 선생의 단어 풀이가 불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의 설명..

매일 에세이 2023.11.17

역사가 되는 오늘. 전우용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3

‘지랄 염병하고 자빠졌네’ 욕의 용례 욕의 올바른 용례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살펴봐야 합니다. 선생은 욕도 개인적 징벌이기 때문에 옛날에는 죄질에 따라 상응하는 욕을 가려 썼다고 설명합니다. 1. ‘벼락 맞을 놈’은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른 자에게 쓰는 욕이라서 가까운 사람에게는 안 썼습니다. 2. ‘육시랄’, ‘오살할’ 등은 패륜적 행위에 써는 욕이랍니다. 3. ‘제미랄’, ‘제기랄’은 인간의 염치를 저버린 자들에게 썼습니다. 4. ‘지랄하네’, ‘염병하네’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욕으로서, 상식 밖의 행위, 앞뒤가 안 맞는 말, 이랬다 저랬다 하는 자, 허튼소리를 하는 자 등에게 썼습니다. “며칠 전까지 ‘백신이 부족해 큰일’이라던 언론사가 이제는 ‘백신이 남아서 큰일’이라고 합니다. 작년 우리나라 국민..

매일 에세이 2023.11.13

역사가 되는 오늘. 전우용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2

엘리트의 수준과 사회의 수준 학창 시절 누구나 경험한 일들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질문할 사람 손들고 하라고 하면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은 경험입니다.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경험입니다. 기억나시죠? 그 기억을 떠올리신 김에 왜 그랬는지도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첫째, 질문이 초점이 없어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제 실력이 들통나는 것이 두려워서입니다. 핵심을 찌르는 질문으로 모두의 시선을 잡고 싶은데 능력이 안 되는 것을 자각한 이유입니다. 둘째, 질문이 허술하다고 하더라도 선생이 질문을 바로 잡고 성실히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의 허술함을 지적하고 쫑꼬를 주며 심지어는 교실 앞으로 나오라고 해서 두들겨 팰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주체의 자질’ 문제이고..

매일 에세이 2023.11.13

역사가 되는 오늘. 전우용 지음. 21세기북스 간행 1

선생의 책, ‘민족의 영웅 안중근’, 그리고 ‘망월폐견’에 이어 책 두 권을 더 샀습니다. ‘역사가 되는 오늘’ 그리고 ‘내 안의 역사’입니다. 오늘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의 의미를 해석하고 분석하여 비판과 각성을 통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미래, 더 자유로운 미래, 더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 결심을 하고 실천하게 하는 교재로 아주 유용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선생의 글은 위트와 교훈이 가득합니다. 그러면서도 글에 억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선생의 글을 좋아하게 된 이유입니다. ‘역사가 되는 오늘’의 부제는 ‘역사학자 전우용이 증언하는 시민의 집단기억’입니다. 가족모임과 국민의례, 국가와 정부의 구분 “가족모임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최재형 씨 일가 사진이 화제입니다. 이 사진을..

매일 에세이 202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