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들 3

암컷들(BITCH).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웅진싱크빅 간행 4

조작된 암컷 신화 암컷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춤을 잘 추는 수컷?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 집을 꾸민 수컷, 덩치가 크고 힘이 세 보이는 수컷? 잘 생긴 수컷? 20년에 가까운 집중 연구 끝에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유일하게 합의에 도달한 한 가지가 있으니 암컷의 선택이 ‘본질적으로 종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합니다. “뭐가 미안한지 알아? 말해 봐. 저 봐. 모르네. 그러니까 나는 절망이야. 그만 만나.” 남성이 여성을 절망하게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종잡을 수 없’는 여성의 배우자 선택 기준을 아직도 모른다는 데에 있었습니다.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암컷은 마냥 순진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당시 시대의 일반적인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연구자들은 붉은날개검은새 수컷을 정관..

매일 에세이 2024.02.16

암컷들(BITCH).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웅진싱크빅 간행 3

암컷이란 무엇인가 피상적인 수준에서 사람들은 생식기를 성을 구분하는 손쉬운 지표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더지, 거미원숭이, 포사, 점박이 하이에나 암컷의 음핵은 이를 거부합니다. 성 분화의 표준 패러다임은 1940년대와 1950년대에 프랑스 발생학자 알프레드 조스트가 확립했습니다. 조스트의 이론은 여성은 대체로 수동적이고 남성은 능동적이라는 통념에 아주 잘 부합했습니다. 조스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남성이 되는 길은 길고 지난하고 위험한 모험이다. 내재된 여성성을 거르는 투쟁이다.” 여성은 배아에 고환이 없어서 남성이 되지 못한 채 그냥 기본값으로 발생한 존재라는 주장인데 이런 편견은 놀랍도록 오래 지속되어 심한 손상을 입혔습니다. 조스트는 테스토스테론을 강조합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조스트의 편견에 대..

매일 에세이 2024.02.16

암컷들(BITCH). 루시 쿡 지음. 조은영 옮김. 웅진싱크빅 간행 1

자연의 얼굴을 덮는 이론의 가면을 벗기는 방법: 호시우행 초등학교부터 중학교를 다니면서 ‘정의사회 구현’, ‘평등 사회 실현’이란 구호가 육교 난간에 간판으로 붙은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EDPS를 가르치시던 선생님의 가르침이 있고서야 알았습니다. 선생님은 새마을 노래의 가사를 소개하면서 “잘 살아 보세 잘 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 노래를 하셨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구국의 영웅이기도 한 박정희가 직접 지은 가사라고 합니다. “얼마나 우리가 못 살았으면, 한 번도 잘 살아 본 적이 그렇게도 없었으면 노래를 지어 불렀겠나?” 선생님의 설명이었습니다.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진실은 엄혹한 가난의 바퀴에 끼여 있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우리가 간판으로 만들어 육교 난간에 건..

매일 에세이 202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