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3

아버지를 기억해.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시원북스 간행

부모와 자식이 사이가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젊은 남녀가 만나 서로 좋아 결혼을 하고는 둘의 의지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보람이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간혹 지옥을 만났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이를 기른 일이 저주스러웠다고 부모는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 아이를 낳은 원죄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자식의 입은 부모보다는 자유로울 것입니다. 자기가 세상에 나온 것은 적어도 자기 의지는 아니니까요. 아이의 삶이 힘들수록 말과 행동은 거칠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늙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식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는 이제 역할이 역전됩니다. 자식은 부모를 간병하면서 고통을 겪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좋지 않을 경우 부모를 떠안게 되는 아이가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요? 지..

매일 에세이 2025.01.15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창비 간행 3.

다시 새로울 게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작가는 반성합니다. 아버지가 죽어야 딸은 반성을 하는 것일까요? 아님, 아버지가 죽어야 아버지에게 생전에 표현 못한 반성을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세상사 모든 이야기는 새로운 게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어떤 이야기에 다른 경험담이 겹치고, 그래서 얼핏 새로워 보이지만 기존의 이야기를 편곡하거나 변주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어제 다시 찾아본 영화는 정지아 작가가 소환한 영화입니다. Daniel Wallace의 원작 ‘Big Fish’를 각색한 동명의 영화입니다. 여기서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불편합니다. 아들은 자신의 결혼 피로연에서 아버지가 경험을 각색해서 장황하게 얘기를 하는 것이 분위기 파악도 못한 채 자아도취에 빠졌다고 짜증..

매일 에세이 2023.01.09

주의 종

주의 종이란? 내가 성경을 처음 읽은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였다. 1979년이다. 폐렴에 걸려 부산 범일동에 있던 춘해병원에 입원을 하고 병실에서 만난 간호실습생의 추천 때문이었다. 함께 간 간증회에서 무례했던 나로 인해 인연은 끊어졌지만 그분이 추천하고 골라주었던 성경은 읽었다. A4용지 크기의 국배판이지만, 종이두께는 얇았다. 성경이란 것이 읽기는 부담스러웠지만 꼬박 며칠이 걸려 다 읽었다. 기억나는 것은 구약의 하나님이 잔인한 분이고, 신약의 요한 계시록에서 구원받는 분들의 숫자가 나온 것으로 보아 선민사상에 젖은 민족종교 쯤으로 이해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그 성경을 찾고 싶었지만 유실되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립하고 싶었던 어린 아이에게 성경은 그저 활자로만 된 책일 뿐이었다. ..

매일 에세이 2018.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