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 4

식량위기 대한민국. 남재작 지음. 웨일북 간행

작년 5월에 사과꽃들이 한창 필 때 기온이 급히 내려가 심한 냉해를 입었습니다. 꽃이 폈다가 수정도 되기 전에 지면 다시 꽃을 피우는 줄 잘못 알았습니다.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후손을 이을 생각에 죽자 살자 씨를 맺기 위하여 몸살을 앓으면서 다시 힘을 내 꽃을 피우는 것으로 착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자연은 한 번의 기회는 주지만 그 기회를 잃으면 두 번째 기회는 바로 주지 않습니다. 꽃피는 시절을 기다려야 합니다. 농부가 느긋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시절에 맞추어 민첩하게 움직이지만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상심한 마음을 수습하고 다음을 기다리는 여유를 배웁니다. 한 해 농사를 망치고서도 꿋꿋이 내년을 준비하는 마음이 농부의 마음입니다. 쉽게 뜻을 꺾지 않습니다. 저자는 기후위기를 설파하면서 미..

매일 에세이 2024.02.23

끝은 끝으로 이어진. 박승민 시집. 창비시선448. 2

쓰러진 붉은 돌멩이 한알 6년 전의 기억입니다. 냉장창고 가득히 수확한 사과를 보관하여 내년 재미라도 보려고 했던 농부는 너도나도 같은 뜻을 품은 사람들로 인해 오히려 사과금이 내리는 불상사를 겪었습니다. 무주 만의 사정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봉화 만 평이나 되는 사과밭을 일구던 농부는 땅을 팔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젠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푸념이 일상이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도 무주와 봉화의 농부는 계속 사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땅을 판 사과밭 주인 허 씨 노인의 근황이 알려졌습니다. 시인을 통해서 알려온 소식은 이러합니다. 쓰러진 붉은 돌멩이 한 알 밭 앞으로 도로가 뚫리자 땅값이 평당 삼십만원으로 뛰었다. 삽시간에 이십오년생 사과나무 수백그루가 베어지고 꿈틀거리며..

매일 에세이 2024.02.05

한 사람의 마을. 류량청 지음. 글항아리 간행 4

봄의 걸음걸이 제가 3년 전에 농장주와 같이 보살폈던 사과 과수원은 고작 300주의 과수만 있는 조그만 밭입니다. 주말이면 반드시 내려가서 나무를 만나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벽 동이 틀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밭에 있어야 했습니다. 매주 내려간다고 했던 계획도 틀어져 2주에 한 번 내려가는 것으로 바뀌다가 다른 일이 있으면 그 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주를 쉬면 그만큼 밭일은 늘어나 있습니다. 일 년의 경험으로 그쳤습니다. 도저히 짬을 낼 수 없으니 남의 밭만 망치는 꼴이었습니다. 농장주의 건강도 나빠져 이웃의 다른 분에게 밭을 넘겼습니다. 서툴렀지만 그래도 바삐 보내며 과수를 다루는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불과 3년 전과 작년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냉해를 걱정하는..

매일 에세이 2024.01.29

2022년 4월 24일 주말, 밭 한 고랑에 모종 심기, 그리고 옥수수 새순

2022년 4월 24일 일요일, 밭 한 고랑에 모종 심기, 그리고 옥수수 새순 주말에 이장님이 밭 한 고랑에 나눠 먹을 모종을 심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모종을 심기에는 아침 기온이 갑자기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냉해피해가 염려되어 심지 못했던 것을 이윽고 심으셨다고 사진을 보냈습니다. 무주는 경기도 지역보다 모내기가 늦습니다. 이유는 바로 일교차가 심하고, 4월 초순에도 아침에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무주읍 앞섬과 뒷섬은 금강변이라 안개가 잦고 습도가 높은데, 아침 갑작스러운 낮은 온도는 이른 꽃을 피운 과수에 심각한 냉해를 줍니다. 제가 본 것만 해도 벌써 두 번이었습니다. 7년 동안의 경험이니 흔하지 않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무주읍 장백리는 구천동 계곡물이 흐릅니다...

농사일지2022~ 2022.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