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2

악의 평범성. 이산하 시집. 창비시선453. 4

사람에 따라 현실인식은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장한 마음을 갖고 심지와 근육을 태워 장렬하게 전사를 하려 한 시대를 살았던 시인에게 지금의 현실은 비루하게 보일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시인에게 무어라 말을 건넬 수 없습니다. 쉽게 위로도 못하겠습니다. 그의 슬픔에 공감이 갑니다. 그는 슬픔으로 시를 마무리합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입은 여전히 진보를 외칠 것이고 발은 지폐가 깔린 안전한 길을 골라 걸을 것이다. 촛불의 열매를 챙긴 소수 민주주의적 엘리트들 역시 노동대중을 벌레처럼 털어내며 더욱 창대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의회공화국이며 모든 권력도 국민이 아니라 자본과 소수 좌우엘리트들로부터 나온다. 그러니 심지 없는 촛불이 아무리 타올라도 우리의 비정규직 민주..

매일 에세이 2024.01.19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논란을 보며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논란을 보며 우리 사회에서는 영화의 영향력이 꽤 되는가 보다. 사극을 보면서 역사왜곡을 말하는 구석을 짐작해보면 이 영화가 주는 영향력을 모두 걱정하는 말투이고 논리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눈들이 다르니 다른 시각을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 시각의 차이를 인식하며 영화를 보는 것이 모두 즐거움이다. 다만 그래서 다른 시각은 불필요하고 없어져야 한다는 결론을 강요하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도입부에 있다는 ‘이 영화는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막을 보지 못했다. 잠깐 딴 생각을 하느라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이 영화가 역사에서의 정설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았다. 한글 창제에 대한 전문가의 도움이 있을 것..

매일 에세이 2019.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