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하나님과의 개인적 친밀
'하나님 앞에 나가 앉으면 마치 어떤 특별한 사람과 처음으로 만날 때와 같은 기분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사람과 서로 마음을 터놓고 기쁨과 상처를 나누게 되면 서로 친밀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사람과 더불어 평생 동안을 함께 살 수 있다고까지 느끼게 된다. 하나님도 마찬가지다.’(찰스 스탠리,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법 중에서)
비를 맞았다. 스무 살의 청년은 이슬비 정도는 우산을 쓰기 보다는 맞기를 좋아했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원으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이다. 자존감을 충분히 갖기에는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자랐고, 자존감을 잃었다고 하기에는 방향을 잃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말이 거칠었고 논리가 비약적이었다. 이제 뒤돌아보면 안타깝고 힘겹게 살아가는 거친 청년의 의지할 데 없는 외로움을 볼 수 있지만 그때는 그러지 못했다.
감기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기침과 열이 심해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창구에서 손님을 맞는 직원의 입장에서 손님을 피해 기침을 한다지만 신경이 쓰였다. 잠깐 병원을 들러야겠다며 외출을 신청하고는 은행을 나섰다. 스산한 봄바람이 열로 들뜬 몸을 식힌다. 은행을 나서니 그저 참을 만 했다. 괜히 병원을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의사는 체온계를 들여다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병원을 왔어요?” 40도가 넘는 온도계를 보며 의사가 물었지만 그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가 없는 청년은 “버스 타고 왔지요”라고 바싹 마른 낙엽 같은 대답을 했다.
“은행이 바쁘고 한 명이 빠지면 그러니 통원치료를 하지” 상사의 명령인지 권고인지 모를 말이 수화기를 통하여 들리자 청년은 의사의 지시대로 입원수속을 밟았다. 아마도 당연히 입원을 해야지 라고 했다면 선뜻 입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입원수속을 밟고 다시 전화를 해서 의사의 지시가 강력하여 부득이 입원을 했다고 통보를 하고는 입원실 침상에 누웠다. 1인실이었다. 조그만 방이었다.
입원 첫날 저녁부터 심심해졌다. 간호사에게 잠깐 나갔다 오면 안 되냐고 물으니 안 된다고 단호했다. 잠깐 망설이다 옷을 갈아입고는 살며시 병원을 나와 서면으로 나갔다. 서점을 들러 십여 권의 책을 사서는 병원으로 돌아왔다. 간호사실은 청년의 부재를 알지 못한 듯 조용했다. 일주일 동안의 입원 동안 청년은 간호사가 시간맞춰 주는 약과 주사를 맞는 것, 때에 맞춰 주는 밥 먹는 일을 빼고는 책만 읽었다.
실습을 나온 간호사가 청년의 존재가 간호사들 사이에서 별종이라고 소문이 났다며 친절하게 다가왔다. 친절하다는 것은 기분을 좋게 하는 것임을 청년은 알게 되었다. 청년은 친절함을 찾아내고 이것을 남에게 시전하는 능력을 아직 개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청년이 표현하는 친절은 자기 기분에 따라 어지럽게 펼쳐놓은 아이들의 놀다 버린 장난감 같은 것이었다. 친절한 간호사가 초대한 교회의 축제에도 참여했다. 은혜 받은 시간이었다.
그저 잠깐 한 충고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
“불행하다고 하면서 현재 상황을 비관만 하기보다는 차라리 대학을 가보시지요, 능력이 없어 보이지도 않는데....” 청년의 방향을 잃은 자부심은 타인에 대한 공격성으로 나타났고, 부족한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무기력으로 나타난 것을 알아챈 그분의 친절이 준 은혜였다. 충고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결심까지 이루었다. 지금 같으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청년은 친절을 그 후 무례로 갚았다.
특별한 인연을 가진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누구나 소중하고도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사람을 만나지 못한 사람은 없다. 다만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 수 있을 뿐이다. 지금은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즐거워할 줄도 알고, 그래서 서로 마음을 터놓고 기쁨과 상처를 나누게 될 수도 있다. 관계를 유지하는 지혜도 있어 서로 친밀하게 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사람과 더불어 평생 동안을 함께 살 수 있다고까지 느끼게 된다. 그런 친구가 아직 청년에게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고 행복이다. 청년을 사랑했던 사람을 거칠게 대하고 슬프게 만든 외롭고 불쌍한 청년의 자화상을 부정하고 지워버릴 수는 없다. 청년도 그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 모두가 하나님이 예정하신 것임을 믿지 않을 수 없다. 신기하고도 다행스럽고 은혜로운 일이다. 끝.
추억의 장소 : 춘해병원, 영락교회, 춘해간호전문학교, 외환은행 연산동지점, 범냇골, 동보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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