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물 3

저주 토끼. 정보라 지음. 아작 간행 2.

머리 제가 아는 화장실 이야기는 옛날 옛적에 들었던 “파란 휴지 줄까? 빨간 휴지 줄까?” 뿐입니다. 어떤 휴지를 선택해야 죽지 않는지 지금은 잊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화장실 변기에서 머리가 쑥 올라왔다는 얘기에 섬찟하면서도 조금은 우습게 읽었습니다. 뭐 별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는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상력으로 나온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상상하면서 읽었지만 흥미를 잃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버렸던 나의 몸속의 오물이 어떻게 알뜰살뜰 이용되어 인생의 황혼녘에 다시 젊음을 지닌 생명체로 돌아오는지 감탄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내가 아끼던 것을 준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지니면 불편할 것들을 버린 것일 뿐인데, 만들어진 젊은 생명은 창조주에게 무엇을 주었을까요? 창조주는 어떤 보답을 받을까..

매일 에세이 202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