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아 팔리 2

휴먼 스테인 2. 필립 로스 장편소설. 박범수 옮김.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20

녹이 슬지 않는 그릇을 스뎅이라고 불렀습니다. 스테인리스를 스뎅이라고 부른 것은 아마도 일본식 영어발음이 아닌가 추정합니다. 녹(스테인)이라는 말을 인간에게 붙인 것은 인간에게 낀 때를 말하는가 봅니다. 인간이라면 살면서 때를 탈 일이 생깁니다. 유림에서 꼿꼿하기로 유명한 고학자들이 선비기질을 지키며 고고히 살았다는 전설은 있지만 머리가 크면서 그들의 뒷방 생활까지 고고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살면서 고고하게 살지 못한 저의 회환으로 인하여 질투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살면서 어찌 때를 타지 않고 살 수 있겠습니까? 원자들이 섞여 고압 고온 등의 조건에 의해 유기물이 만들어지는 것은 순수한 원소가 잡종의 물질로 변하는 것이니 이 또한 때를 탄 사례라고 굳이 주장합니다. 순수를 강조하면 그렇..

매일 에세이 2025.04.07

휴먼 스테인 1. 필립 로스 장편소설. 박범수 옮김.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19

전집에서 고른 책을 읽은 것이 아주 오래전입니다. 아버지께서 계몽사에서 발행했던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을 없는 돈을 털어 책을 좋아하는 제게 월부로 사서 주셨습니다. 모두 50권으로 된 전집이었습니다. 그때가 중1이었는데, 다 읽은 책들을 버리지 못해 고등학교까지 가지고 있다가 외삼촌이 어린 조카에게 주고 싶다고 해서 삼촌이 갖고 계시던 세계명작전집과 바꿨습니다. 삼촌과 교환한 세계명작전집은 아직도 제 서가에 꽂혀 있습니다. 종이를 아래위 두 칸에 나눠 세로로 인쇄된 두껍고 오래된 책입니다. 두 전집 모두 다 읽었습니다. 제가 그 뒤로 ‘세계명작’을 보지 않은 것은 두 전집 때문입니다. 그 뒤로도 간혹 단행본으로 출간된 두 권(카라마조프의 형제들), 혹은 세 권짜리(전쟁과 평화) 소설을 읽기도 했지만 드물었..

매일 에세이 202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