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소설집 3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4.

허기와 탐식 아브라함에게는 아들이 둘 있습니다. 이스마엘과 이삭이지요. 아브라함은 이삭을 사랑하여 이복 형인 이스마엘을 쫓아냅니다. 그런 이삭을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믿음을 시험하려 제물로 바치라고 하자 아버지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지시를 따릅니다. 제단의 제물이 될 뻔한 이삭이 하나님을 만나고, 아버지 집으로 갈 수가 없어 산을 내려와 광야를 걸어 만난 사람이 형 이스마엘이라고 저자는 짐작합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한 행위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이삭은 이스마엘 형에게는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추론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비록 어린 날, 형이 쫓겨나 형과의 사귐이 오래 지는 않았지만, 형의 존재를 모를 리 없고, 형의 부재의 이유 또한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

매일 에세이 2022.09.02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2.

사랑이 한 일, 이승우 소설, 문학동네 출판. 하갈의 노래: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확인할 수 있는 게 믿음일까? 성경의 구약을 읽으면 공의로운 하나님이란 표현을 하지만, 실상은 징벌의 하나님을 자주 봅니다. 하도 유대인을 사랑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방인의 다른 하나님을 따르는 유대인들에게는 참지 못하고 벌을 내립니다. 창세기에서는 노아의 가족과 노아의 방주에 탄 짐승들을 제외하고는 몽땅 물귀신을 만들어 버리시지요. 소돔과 고모라에는 유황불을 내려 다 타 죽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불타는 성을 돌아보면 그 사람은 소금기둥으로 만들지요. 무서운 하나님이어서 그런지, 저는 이런 하나님이 늘 불만이었습니다. 너무 사랑하면 집착이 생기고, 집착이 심하면 탈이 나지요. 전지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

매일 에세이 2022.09.01

모르는 사람,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모르는 사람, 이승우 지음, 문학동네 출판. ‘하찮은 것에 간절해지지 말자는 말을 하찮은 것에 간절해지는 나를 향해 주문처럼 하곤 했다.’ 책의 차례도 나오기 전에 책의 시작에 한쪽을 할애한 글입니다.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가 기독교를 소재로 해서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저 주문을 나도 기도하면서 했던 기억도 있었을 것 같다는 기시감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첫 소설 ‘모르는 사람’에서 저 글을 찾아내고는 ‘참 잔인한 문장이구나’ 반전이 있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꿀처럼 달디단 신혼을 보내고 나서,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르고, 지지고 볶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초로에 접어든 저도 한때는 모든 것이 하찮은 것 같았고 하찮은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하찮은 것의 ..

매일 에세이 202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