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 2

아침은 생각한다. 문태준 시집. 창비시선471. 1

서정시인, 문태준 시인을 만났습니다. 짧은 시 구절에서 자연과 동화된 듯한 시인, 자연을 읽어주는 시인을 만났습니다. 그런 마음만 읽은 것도 아닙니다. 시인 곁의 이웃들에 대한 선한 마음을 보았습니다. 이를 “타자에 대한 연민과 돌봄의 마음”이라고 문학평론가 이경수는 설명합니다. 마음 따뜻하게 하는 시집입니다. 밥값 허름한 식당에서 국밥을 한술 막 뜨고 있을 때 그이가 들어섰다 나는 그이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수레에 빈 병과 폐지 등속을 싣고 절룩거리며 오는 그이를 늦은 밤 좁은 골목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이가 식당 한편 벽에 걸린 달력의 28일을 오른손으로 연거푸 짚어 보였다 무슨 말인가를 크게 했으나 나는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식당의 여주인은 조금도 언짢아하는 기색이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짧은..

매일 에세이 2024.02.21

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438. 정호승 시집. 창작과 비평 간행 1

정호승 시인은 나이가 70이 넘은 시인이십니다. 지난번 읽은 이상국 시인의 시에 감탄하여 시집을 고르다 연세가 있는 분이라 빌렸습니다. 서정시를 쓰는 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고래고래 핏대를 세우며 태극기를 앞세워 줄을 세우는 노인들을 보면서 그들이 시를 읽는다면 좋겠다는 허망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은 혼자서만 살 수 없습니다. 내 의견에 곰팡이가 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좋겠습니다. 세상에는 기쁜 일도 있지만 슬픈 일도 있고, 그렇다면 동시에 슬프고 기쁜 일도 왜 없겠습니까? 시인의 “슬프고 기쁜” 일은 무엇인지 들여다보았습니다. 슬프고 기쁜 꽃이 저 혼자 일찍 피었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꽃이 저 먼저 져버렸다고 봄날이 아주 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저 혼자 걸어간다고 새로..

매일 에세이 202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