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전략 2

이름 모를 나무는 철망을 휘어놓고. 안희제 작가. 시사인 817호

같은 장면 다른 생각 우리 아파트 단지 뒤로는 초등학생들이 이용하는 통학로가 있습니다. 자그만 동산을 등지고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어 단지 뒤로 언덕길을 올라가는 길입니다. 입주 초기 아이들이 옆 단지와 연결된 문을 통과하여 다녔는데, 옆 단지 주민들이 문을 폐쇄하는 바람에 옆 단지 위의 중학교에서 부지를 제공하여 데크 플레이트를 깔고 통학로를 개설했습니다. 우리 단지의 뒤 언덕길을 올라 중학교가 제공한 데크 길은 옆 단지를 아래로 조망하며 100미터 남짓의 길인데 통학시간 외에는 호젓합니다. 길이 만들어지고 23년이 지났습니다. 철망을 설치할 때 학교 운동장 가로 심었던 조경수들이 많이 자랐습니다. 처음 철망과 떨어져 자라던 나무들이 철망의 마름모꼴 공간으로 가지를 내밀었고, 철망은 나무와 한 몸이 되었..

매일 에세이 2023.05.18

나는 홈리스가 아닙니다. 하우스리스입니다.

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출판사는 엘리. 나는 홈리스가 아닙니다. 하우스리스입니다. 400쪽이 넘는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내가 선입견을 가졌음을 알았습니다.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라는 말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한 창조적 인간형을 말하고, 이말에는 긍정적 의미가 가득 차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겁니다. 작가가 인터뷰를 하고 관찰을 하는 내용들이 가득한 268쪽까지 읽는 동안에 작가가 어떤 의도로 글을 쓰고 있는가를 이해 못 한 채 읽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이 책을 소개한 지면을 의심하고 있었지요. 그런 생각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작가의 글을 통해 이윽고 확인했습니다. 나의 독해력이 완전히 엉터리는 아니라는 것에 안도했습니다. “내가 찾아낸 대부분의 자료들은 워캠핑을, 미국인들이..

매일 에세이 2022.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