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3

‘아기 동물’이라는 말 왜 불편할까요(시사in894호). 최태규(수의사)

이 글을 쓴 최태규 수의사(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는 반려동물의 지위가 사람과 동격까지 올라서 대충 ‘아기’든 ‘아이’든 그렇게 불러도 크게 틀어진 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 말이 불편하다고 합니다. 엄연히 다 자란 개는 강아지가 아님에도 개라 부르지 못하고 ‘강아지’로 왜 불리는가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혹 뿌리 깊은 가부장제에 갇혀 ‘여성주의적 돌봄 관점으로’ 동물을 보지 않으려는 것은 아닌가 자기 검열(변명)을 합니다. 더 나아가 ‘옹이처럼 박힌 남근중심주의’라는 장황한 단어도 사용했습니다. 앞의 자기 검열은 이해가 되었지만, 뒤의 표현은 과유불급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칼럼의 요지는 개를 강아지라 부르며 돌보는 사람들의 폭력성과 그 대상이 짊어져야 하는 고통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매일 에세이 2024.11.08

내 안의 역사. 전우용 지음. 푸른역사 간행 2

현모양처와 삼종지도 “저는 현모양처가 되고 싶습니다” 여자들에게 미래의 꿈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남편을 출세시키고,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헌신을 다한 여성들의 모습은 지금도 엄연합니다. 다만 ‘현모양처’라는 말만 하지 않을 뿐, 자신들의 욕망을 현모양처의 틀에서 꺼낸 어머니와 아내들은 많지 않습니다. 현모양처론은 유교사회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선생은 하고 있습니다. 유교에서는 현모양처가 아닌 삼종지도가 여성에게 기본 덕목이었습니다. 어려서는 아버지에게, 시집가서는 남편에게, 늙어서는 자식에게 순종하는 것이 여성이 평생 지켜야 할 도리라는 말입니다. 여성이라면 한 번은 들었을 옛말입니다. 그럼 현모양처론은 어디에서 나왔느냐?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창안되어 2..

매일 에세이 2023.09.27

내 집 개 ‘삼식이’에게 갖는 유감

내 집 개 ‘삼식이’에게 갖는 유감 삼식이가 나를 본 체도 안 한다. 심지어 안으려는 내 손길이 거슬리면 이빨을 드러낸다. 집에서 길러진 미니에쳐 슈나이저 강아지가 거의 방치된 걸 확인하고는 입양을 해서 데려온 녀석이 삼식이다. 피골이 상접한 녀석은 유독 먹는 것에 집착했다. 먹이고 운동을 시키는 역할을 담당한 것은 나였다. 무려 10년을 넘게 같이 뒷산을 올랐다. 대충 계산해도 200번이 넘는다. 녀석의 다리에 근육이 아직도 있는 것은 다 내 덕이다. 삼식이를 데려온 큰 애는 최근에야 삼식이를 데려갔다. 무려 13년을 우리에게 양육을 맡기더니,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애라며 데려갔다. 어쩌다 한 번씩 우리 집을 올 때 삼식이도 함께 온다. 반가운 마음에 부르지만 아는 체도 안 한다. 억지로 끌어안으면 거..

매일 에세이 2020.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