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만리, 겨울새 구만리의 집들은 지붕이 낮다. 눈이 내리면 어깨까지 굽어서 더 깊숙이 고개를 숙인다. 그만 작은 산봉우리가 될 것처럼, 부끄러운 듯 눈 아래 가만히 세속을 감춘다. 새 한마리가 가끔 손님으로 찾아와 작은 흔적을 남기며 처마 밑에 머문다. (겨울새 중에서) 금곡동 공창부락의 지붕도 낮았습니다. 기와를 얹은 경우가 아니면 격년에 한번 초가지붕을 새로 엮었습니다. 어른들이 힘을 모아 같이 작업을 하는 것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튼실한 어른이 살았던 집이나 그랬겠지요. 어른 없는 집은 행여 비 샐까 맘이 까맣게 타 들어가듯 초가지붕도 까매졌습니다. 어린아이들의 키가 크지 않았지만 여름 저녁에 후라쉬 하나 들고 굴뚝새를 잡으러 돌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초가지붕이 낡은 집 처마에는 굴뚝새가 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