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 3

밤의, 소설가. 조광희 장편소설. 문학과 지성사 간행.

소설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소설가라고 부릅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 소설가는 자료를 조사합니다. 자료가 부실하여 리얼리티가 떨어지면 작품에 몰입할 수 없습니다. 소설가의 관심과 지적 능력이 우수하다고 할지라도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조사는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로빈 쿡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가 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는 짐작을 합니다. 존 그리샴의 소설을 읽으면 그가 법과 관련한 직업을 가졌을 것으로 추리할 수 있습니다. 두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의학에 관한 호기심이 충족되고 사건을 분해하고 해석하는 법적 능력을 확인합니다. 그들이 공부하고 직업을 통하여 배운 지식은 훌륭한 글솜씨와 어울려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는 치밀함으로 독자들은 이야기에 빠져 책이 끝날 때까지 딴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

매일 에세이 2024.08.26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 시집. 문학과지성사 간행

슬픔을 간직한 자를 위한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사랑하는 마음이 오래된 모양입니다. 아니면 너무도 익숙한 거리처럼 오랫동안 본 사람을 사랑하는 걸까요? 그런데 끝에서 갑자기 싸해집니다. 이 청혼 이상합니다.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 청혼의 자리에서 축배가 아닌 쓴잔을 모두 마실 것을 작정합니다. 쓴잔에는 투명 유리 조각처럼 날카로운 슬픔이 담겨있습니다. 마실 수 없는 잔 같은데 그는 기꺼이 마신다고 합니다. 날카로운 유리가 목을 자를 듯 듣기만 해도 고통스럽습니다. 시의 제목은 청혼입니다. 청혼이 이렇게 아픕니다. 이런 결혼을 왜 하려고 할까요? 우리가 절망의 아교로 밤하늘에 ..

매일 에세이 2023.05.28

이 시대의 사랑. 최승자 시집. 문학과 지성사 간행

나,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그 시절을 아프게 기억하게 합니다. 기억이 가뭇하여 왜 이 시집이 장바구니에 보관이 되어 있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시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여, 그래서 공감을 하지 못해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시집 이건만 이 책이 왜 “빨리 사줘” 보챘는지 몰랐습니다. 그래도 간혹 시 한 편 읽으면서 감동을 하는 때도 없진 않으니 누군가 소개한 것을 보고는 찜을 해 두었을 것입니다. 최승자 시인을 검색하니 1952년생입니다. 저보다 8년 먼저 세상을 사신 분입니다. 시인의 시를 읽은 첫인상은 어린 시절 한참 동안 떨어 버릴 수 없었든 허무라는 감정이었습니다. 미움도 생각났고요. 인생 별 것 아니라면서도 주류에 편입하고 싶었던 욕망에 몸이 감기고 결국은 무참히 깨어지고 말 허무한 꿈이라는 것..

매일 에세이 2022.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