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2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 신동호 시집. 창비시선478 2

구만리, 겨울새 구만리의 집들은 지붕이 낮다. 눈이 내리면 어깨까지 굽어서 더 깊숙이 고개를 숙인다. 그만 작은 산봉우리가 될 것처럼, 부끄러운 듯 눈 아래 가만히 세속을 감춘다. 새 한마리가 가끔 손님으로 찾아와 작은 흔적을 남기며 처마 밑에 머문다. (겨울새 중에서) 금곡동 공창부락의 지붕도 낮았습니다. 기와를 얹은 경우가 아니면 격년에 한번 초가지붕을 새로 엮었습니다. 어른들이 힘을 모아 같이 작업을 하는 것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튼실한 어른이 살았던 집이나 그랬겠지요. 어른 없는 집은 행여 비 샐까 맘이 까맣게 타 들어가듯 초가지붕도 까매졌습니다. 어린아이들의 키가 크지 않았지만 여름 저녁에 후라쉬 하나 들고 굴뚝새를 잡으러 돌아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초가지붕이 낡은 집 처마에는 굴뚝새가 집을..

매일 에세이 2024.01.09

자전거 여행 2.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문학동네

자전거 여행 2.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문학동네 자전거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자전거에 대한 추억은 빛이 바래도록 오랜 기록입니다. 자동차 정비공장을 운영하시던 외삼촌 댁에는 귀한 어린이용 자전거가 있었습니다. 그 자전거로 넘어지지 않고 타는 법을 배웠습니다. 걸어서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곳을 일요일 일찍 걸어가서는 하루 종일 사촌들과 자전거를 탔습니다. 페달을 밟느라 사타구니는 발갛게 달아올랐고, 밤새 끙끙거렸던 기억도 납니다. 이제는 고향에 가더라도 아파트와 차들로 번잡한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작가의 글을 읽고는 자전거를 소환합니다. 그 자전거를 타고 제 어릴 적 고향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보려고요. 부산시 북구 금곡동 공창마을, 범어사의 뒷산인 금정..

매일 에세이 2023.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