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장편소설 3

정본 백석시집. 고형진 엮음. 문학동네 간행 1

우선 ‘정본’이란 말이 제목에 왜 붙었는지 궁금했습니다. 백석은 분단 이후 북쪽에서도 얼마간 작품활동을 했지만, 백석 시의 본령은 그 이전에 발표한 작품들에 있다고 합니다. (4쪽) 백석 시에서는 방언과 고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모두 표준어로 바꾸면 시의 맛이 사라지고 맙니다. 이상적인 것은 원본에서 오자와 탈자, 편집과정에서 일어난 착오만을 고치는 것인데, 그 밖에 백석이 당시 제정된 맞춤법 규정을 충분히 수용하지 않아 일어난 표기의 혼란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백석 시의 원본에서 방언과 고어는 살리고 맞춤법 규정에 위배된 표기와 오 ∙ 탈자를 바로잡은 ‘정본’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시집에 ‘정본’을 붙인 이유입니다. (4~5쪽) 김연수의 소설 ‘일곱 해의 ..

매일 에세이 2024.04.16

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장편소설. 문학동네

1956년부터 1962년 일곱 해를 살았던 시인 백석(백기행)을 작가 김연수는 소설로써 기억합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정체성을 가집니다.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두리번거리며 당황하게 됩니다. 백석이 시를 쓴 마지막 기간이 1956년부터 1962년이었다고 합니다. 일곱 해의 마지막, 1962년에서 김연수의 이야기가 끝나는 이유입니다(백석은 1996년 사망했다고 합니다). 백석은 1912년 태어났고, 1996년 북한에서 죽은 시인입니다. 동족이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던 전쟁통, 낙동강 전선까지 참전하여 인민군 종군기자로서 기사를 썼던 백석은 전쟁 후, 이념의 칼날이 사람을 난도질하는 북녘에서 시인으로서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를 기억하며 작가 김연수는 ‘일곱 해의 마지막’을 기억..

매일 에세이 2024.04.09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장편소설, 문학동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장편소설, 문학동네 “사람과 사람사이에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중요한 건 우리가 결코 이 날개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241쪽) 어머니에게서 버려져 해외로 입양을 간 아이가 자기를 낳았던 엄마의 땅, 진남에서 어머니를 똘똘 묶고, 얽었던 이야기를 찾아가는 소설입니다. 타인을 오해하여 미워하고 그래서 비극과 슬픔을 품고 뱉어내는 이유가 사람과 사람사이에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 때문이라고 작가는 주장하는 듯합니다. 심연을 건널 수 없다는 절망이 사람에게는 없는 날개를 희망하는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가질 수 없는 희망은 고문입니다...

매일 에세이 2023.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