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 음식 산문집 2

오늘 뭐 먹지. 권여선 음식 산문집. 한겨레출판 간행 2

먹는 얘기는 또 다른 먹는 얘기로 이어지고, 그러다 유치해진다. “그렇게 친해진 후 작가들이 주로 무슨 얘기를 나누느냐. 대부분 먹는 얘기다. ~ 먹는 얘기에 관한 한 창작촌도 군대나 감옥에 뒤지지 않는다.” (149~150쪽) 작가의 경험은 이제 내게도 상식이 되었다. 오래전 고등학교 교사를 하는 친구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교무실에서 선생들끼리 모이면 전공분야가 다양해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지 않냐고. 그랬더니 그 친구 대답이 그랬다. “선생들끼리 모여서 얘기도 잘하지 않지만, 나오는 얘기들도 유치하다” 그때 내가 깨달았다. 세상살이가 원래 유치하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음식 이야기에서 벗어나 유치한 세상을 혼자 헤맸다. 김밥을 썰지 않고 통으로 들고 먹는 것도 좋아..

매일 에세이 2023.06.18

오늘 뭐 먹지. 권여선 음식 산문집. 한겨레출판 간행 1

‘음식 그까짓 것’ 함부로 말하지 마시라. 사람이 맛을 결정한다. 도서관이 요즘처럼 고마운 적이 있었나 싶다. 초등학교 시절, 교실 크기만 한 도서관(도서실이라고 불렀다)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놀기 바빴으니 선생님이 시켜서 한두 번 들렀던 도서실에서 책을 빌려 읽는 재미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아예 도서관에 간 기억이 없다. 시립 도서관은 시험기간 공부하기 위한 공간일 뿐이었다. 간혹 책을 빌리긴 했지만 신간은 구경하기 힘들었다. 없는 용돈에 한 달에 한두 권 책을 사서 읽었지만 한 달 동안 써야 할 돈에 비해 책은 하루나 이틀이면 끝이 났다. 대학 도서관에서는 자료나 전질류의 책을 읽었다. 책은 책을 소개한다. 주로 소설, 수필집을 샀..

매일 에세이 2023.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