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 소설 2

엄마의 이름. 권여선 소설, 박재인 그림. 창비 간행

무엇이든지 참아야 하는 사람. 많이 참았던 사람. 그래서 많이 아픈 사람. 혹시라도 조금 편해지나 싶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도 미안해하는 사람. 자식에게는 한없이 지기만 하는 사람. 우리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런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어머니도 요즘은 많이 소환됩니다. 아이를 아프게 하는 사람. 남편을 외롭게 하는 사람. 자기만 아는 사람. 정 반대의 어머니가 소환되는 것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세상 어떤 사람도 한편으로만 편향된 그런 캐릭터를 가지지는 않잖아요? 여기 어디 중간쯤에 제가 아는 어머니, 그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머니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숙 씨와 춘영 씨의 딸로 태어난 반희 씨는 두 사람이 시키는 대로 살다가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핑계로 두 사람에게서 도망..

매일 에세이 2023.03.21

아직 멀었다는 말. 권여선 소설. 문학동네 간행

통증을 못 느끼는 사람을 영화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맞아도 아프지 않다며 달려드는 사람을 보는 것이 힘듭니다. 일식집에서 보지만 회를 뜬 살을 뼈만 남은 몸에 올려놓아도 한동안 생선은 입을 벌리며 통증을 못 느끼는 듯합니다.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살이 분리된 체 숨 쉬는 생선을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 상추로 얼굴을 덮기도 합니다. 사람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편할까요? 고통은 생존의 조건이라고 합니다. 고통은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이라고 합니다. 이런 진화론적 설명은 빼고 다시 묻습니다. 사람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편할까요? 권여선 작가의 소설은 읽기가 고통스럽습니다. 고통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우리가 만든 차별, 모욕, 불공정, 부당함, 불평, 불의, 폭력, 야비함에서 시작된다는 ..

매일 에세이 2023.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