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볼트를 만들어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다. 시드볼트란 씨앗(seed)을 저장하는 금고(vault)입니다. 기후 변화나 핵전쟁 등 지구 차원의 대재난에 대비해 식물의 멸종을 막고자 마련된 공간입니다. 시드볼트와 유사한 기관으로는 시드뱅크(seed bank)가 있는데, 시드뱅크가 그때그때 필요한 씨앗의 입출고가 가능한 공간이라면 시드볼트는 절대로 열려서는 안 되는 장소입니다. 시인은 우리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시드볼트나 시드뱅크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수십 편의 시가 자신을 관통해 가는 동안에도 굳게 닫힌 자신의 시드볼트의 존재를 인정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까지도 지키고 싶은 나의, 나의 가장 내밀한 장면들, 쓰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고, 쓰고 나서도 번번이 후회로 수렴되는” 이야기가 시인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