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2

아침은 생각한다. 문태준 시집. 창비시선471. 4

어머니는 늘 개를 키웠습니다. 간혹 공사장에 밥을 해주기도 해서 잔반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잘 키워 동네 사람들이 찾을 때 내주려는 목적도 있었던 듯합니다. 키우는 개가 자주 바뀌었습니다. 요즘이야 시골이래도 개를 먹는 분들이 많이 줄었으니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된 세월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개를 대충 키우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읽은 녀석들은 늘 어머니 곁을 지켰습니다. 사춘기부터 어머니와 자주 다투던 저 때문에 마음이 상한 어머니는 말수 적은 남편에게 하소연 못하고, 냉랭한 관계의 시어머니에게 마음을 열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곁에 머무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따뜻한 개의 체온으로 언 마음을 녹였습니다. 어머니가 개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 유전되었습니..

매일 에세이 2024.02.21

45회 이상문학상 우수작,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45회 이상문학상 우수작,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내 인생에서 ‘아주 환한 날’은 얼마나 될까? 동영상을 보다가 정지를 시키고, 캡처를 하듯 내 인생의 환한 날을 예쁘게 잘라 노트에 붙이고, 소감을 정감 있게 쓰고 싶지만 과거의 어느 한 장면이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인과의 연을 따라 지금까지 이어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터라, 어디서 어디까지 잘라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아이들이 우리 곁으로 왔을 때가 환했었지. 내 눈에 너무나 예뻐 머리숱이 많으라고 빡빡머리를 한 아이 사진을 들고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자랑을 했던가. 고집이 센 나를 닮아 엄마를 이겨 먹을 듯 달려들던 녀석을 강압적으로 억눌렀던 기억에 환한 날이 조금씩 어두워진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영국 어느 구석의 속담에 ..

매일 에세이 202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