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사랑에 관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하여 게임을 만들고, 마음과 마음이 부딪힙니다. 사랑의 불꽃이 튀기도 하지만 미움의 불씨로 오해가 싹트기도 합니다. 마음은 쉽게 열리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늘 같이 일을 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행복입니다. 그 행복이 동료애에서 이성애로 자연스럽게 발전하면 좋으련만. 세상일이 만만히 재미있게 미끄럽게 흐르면 이야기는 밋밋합니다. 늘 같이 일을 하는 사랑하는 동료가 다른 이와 사랑에 빠지면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듭니다.
제자를 유혹하는 호색한과 사랑에 빠져도 무어라 충고를 할 수 없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눈앞에 뵈는 것이 없습니다. 어떤 말이라도 빠져 헤매는 사랑에 동조를 하지 않는 말이라면 배척됩니다. 배척은 기존의 관계까지 망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저 지켜볼 뿐 어떤 말도 할 수 없습니다. 더 마음이 불편합니다. 하물며 가장 친한 친구와의 사랑을 목격한다면, ‘내 사랑’이라는 마음을 친구에게 숨겼던 이유로 와르르 무너집니다. 일과 사랑은 병행할 수 없다는 주장은 엉터리입니다. 내가 사랑한 그는 나의 동료이기도 하지만 그들도 동료이니까요. 그러니 그 말은 엉터리입니다. 정말 같이 출근하고 퇴근하고 싶었습니다.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고 그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입니다.
그 말은 진실이기도 합니다. 단지 그를 제외한 진실입니다. 그는 둘이 말을 하지 않았을 때에도 그들의 눈빛만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제발 일 좀 해!”라고 딴지를 걸고 싶어도 그들은 일마저도 잘합니다. 그들의 사랑에 소외된 그만 자꾸 마음이 토라지고 외로워집니다.
샘은 세이디를 어릴 때부터 사랑했습니다. 스무 살이 되어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세이디를 사랑하는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게임을 같이 만드는 일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것은 세이디를 놓치기 싫은 샘의 마음입니다. 그는 왜 세이디에게 고백을 하지 못했을까요? 그는 수없이 되뇝니다. 가난해서? 몸이 불편해서? 갖은 이유를 대 보지만 답을 알지 못합니다. 고백하지 못하지만 결코 놓지 못하는 사랑의 마음. 샘의 젊음이 불편하고 안타깝지만 부럽기도 합니다. 샘. 책에서는 없었지만 세이디와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결코 쉽진 않겠지만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라 게임 이름들이 많이 나옵니다. 오래된 듯한 게임인 ‘동키콩’도 알지 못합니다. 크런치 모드로 일을 한다는 것도 실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이해하기에 아무런 불편이 없습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친구를 배려하면서 자신의 사랑을 찾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샘과 세이디가 쉽게 사랑을 했다면 마음이 편했을까? 자문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작가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따라갔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는 젊은이들이 악착같습니다. 세이디는 자신이 일찍 게임을 만든 실력은 “자신이 이기심과 원한과 불안으로 똘똘 뭉친 독종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세이디는 “비범해지기 위해 스스로를 의지의 힘으로 밀어붙였고”, 자신이 행복하지 못한 것은 “일반적으로 예술은 행복한 사람들에 의해 성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604~605쪽)
사랑에 성공하고 실패하는 젊은이들이 악착같습니다. 샘은 세이디가 멘토로 생각한 사람과 허망한 사랑에 빠진 것을 보고도 묵묵히 지켜봅니다. 가장 친한 친구와 사랑에 빠진 것을 보고는 마음이 허물어집니다. 하지만 끝내 세이디에 대한 사랑을 놓지 못합니다.
일과 사랑에 그토록 열심이었던 그들이 부럽습니다. 허물어지는 마음을 지켜보는 배려가 부럽습니다. 끊어질 듯하면서도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에 빠진 모습을 부럽게 보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주절대는 모양입니다.
'매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리아 체스판2. 남문희 지음. 미중 신냉전(2023~24)과 김영삼 시대(1995~97).푸블리우스 간행 (2) | 2025.04.29 |
---|---|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모모 간행 (0) | 2025.04.25 |
베를린에는 육개장이 없어서. 전성진 산문집. 안온 간행 (1) | 2025.04.18 |
독일군의 신화와 진실. 게하르트 P 그로스 지음. 진중근 옮김. 길찾기 간행 (1) | 2025.04.10 |
휴먼 스테인 2. 필립 로스 장편소설. 박범수 옮김.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20 (1) | 2025.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