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많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헌신적인 아버지부터 자식들의 등골을 빼먹는 백정 같은 아버지도 있습니다. 양 극단에 자리한 아버지를 두고 그 사이에 자리한 아버지를 분류하기 시작하면 수천 종의 아버지가 가지를 뻗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 수천 종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아버지를 기억하면 대체로 몇 개의 기억만이 회상됩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 젊은 아버지, 어린 나를 키우던 겁 많은 아버지, 자식에게 기대하며 늙어가는 아버지, 자식과 나눌 대화가 남지 않은 병약한 아버지, 그리고 침상에서 눈물 흘리며 작별을 하던 나의 아버지. 무한한 힘과 능력을 가졌던 아버지는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작은 거인으로 변했고, 마침내 한계를 드러낸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