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집 3

공항철도. 최영미 시집. 이미출판사 간행

중학교 시절 시를 배웠던 국어시간은 낱말풀이 같았습니다. 당시 느꼈던 시적 감흥은 기억에 없습니다. 시를 배울 때면 작가는 몇 년에 태어나 어디에서 수학했고 어떤 시집을 냈으며 그의 시풍은 어떻고 그런 시풍을 알 수 있는 시어는 이런 것들이고 그래서 시험에는 무엇이 나올 것인지 교과서에 실린 시 곁에 빼곡히 적었던 것만 기억합니다. 가르치는 선생은 무슨 감흥이 저리도 많은 지, 감탄사가 연이어 나오는데, 도대체 짐작도 할 수 없었던 시의 세계는 나이 들어도 방문하기 힘들 것 같은 어려운 이웃이었습니다.   저는 쉬운 시를 좋아합니다. 철학과 신학 등 형이상학적인 시어들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많습니다. 그러니 풍경화 같은 시가 좋습니다. 조금 더 나가면 마음속의 그림, 심상을 쉽게 쓴 시가 좋습니다. 시인을..

매일 에세이 2025.02.18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시집. 이미출판사 간행

“서울에도 매미가 살아요” 시집의 발문을 쓴 시골 섬진강 가에 사는 시인 김용택이 놀랐답니다. “아스팔트 사이사이 겨울나무 헐벗은 가지 위에 휘영청 쏟아질 듯 집을 짓는” 새를 보고 놀랐던 모양입니다. “부우연 서울 하늘 무색타 까맣게 집을 짓는” 새가 시골도 아닌 서울에 삽니다. 모두가 싫다며 진저리 치는 서울, “거기 이렇게 당당하게 최영미”가 있음을 김용택 시인은 확인합니다. “응큼 떨지 않는 서울내기 시인”으로 소개된 최영미 시인의 시는 솔직합니다. 그 솔직함의 연유를 거슬러가면 “자기 자신에 대한 정직이며 사회에 대한 솔직한 자기 발언”이며 최 시인의 “좌충우돌의 사투가 한 편의 시에서 응큼 떠는 우리들의 정곡을 찌른다”라고 김 시인은 소개합니다.  시인과 작품에 대한 소개에서 정직함으로 가슴을..

매일 에세이 2025.02.13

시 따라 걷는 생각1

시 따라 걷는 생각 1 선운사에서 최영미 시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꽃이 어디 선운사에서만 피고 지겠습니까. 마음 허전하면 찾아갈 곳이 어디 선운사만 있겠습니까. 하필이면 꽃이 지는 계절,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사람을 얻을 때,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닌 잊지 못할 일들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씨앗에 숨긴 꽃을 피우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싹이 나면서 들이차는 빗물에 쓸리면서도 약한 뿌리로 버티던 세월 동안의 추억이 알알이 새겨져..

매일 에세이 202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