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2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김연수 소설. 문학동네 간행 2

뉴욕제과점과 첫사랑 그리고 똥개는 안 올지도 모른다 가겟방이라는 말이 있던 시절입니다. 가게라도 얻으려면 집 보증금을 빼야 했습니다. 추가로, 덧붙여, 하나 더, 별도로 얻을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가게가 빵집이라도 되면 거기에서 책보 들고 나오는 아이는 보기 좋습니다. 술을 파는 가게에서 교복 입고 나오는 언니라면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미장원에서 나오기 싫어 사주경계 후 나오는 남학생의 마음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뉴욕에는 절대로 없을 법한 ‘뉴욕제과점’이 김천 어디쯤 있다고 해서 다를 바가 없었을 것입니다. 김천역을 나와 광장이라고 할 수도 없는 좁은 마당을 나와 뉴욕제과점이 있던 자리의 국밥집을 찾아가는 작가의 발길이 어딘가 익숙합니다. 김천역을 지나간 경험이 있어 그랬던 모양입니다. 김천역 옆 ..

매일 에세이 2024.03.27

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438. 정호승 시집. 창작과 비평 간행 3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서의 경험입니다. 해운대 백사장과 동해와 남해가 만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멍하니 바다를 볼 때가 잦았습니다.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익숙해지니 바다 가운데에서 하얗게 파도가 치면서 생긴 포말이 보였습니다. 저를 찾아오는 분들이 있으면 동해의 고래가 저기 있다고, 저기서 숨을 쉬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깜빡 속았습니다. 그냥 바다인데 파도가 부딪칠 곳이 아닌데도 생긴 포말에 속은 것입니다.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위가 숨어 있어서 그랬던 것인데 사람들은 제 거짓말에 속았습니다. 바다는 어떤 때는 두려움으로 다가오다가 순간 감정을 바꿉니다. 그 바다를 지켜보았던 그 시절이 그리웠습니다. 고래가 다니던 해운대의 앞바다는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시인은 고래라는 말속에 어머니를..

매일 에세이 2023.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