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본 백석 시집 2

정본 백석시집. 고형진 엮음. 문학동네 간행 2

그림 같은 시를 소개합니다. 흰밤 넷성의 돌담에 달이 올랐다 묵은 초가지붕에 박이 또 하나 달같이 하이얗게 빛난다 언젠가 마을에서 수절과부 하나가 목을 매여 죽은 밤도 이러한 밤이었다 초동일(初冬日) 흙담벽에 볕이 따사하니 아이들은 물코를 흘리며 무감자를 먹었다 돌덜구에 천상수가 차게 복숭아나무에 시라리타래가 말러갔다 *무감자: 고구마 *돌덜구: 돌절구 *천상수: 빗물 *시라리타래:시래기를 길게 엮은 타래 하답(夏畓) 짝새가 발뿌리에서 닐은 논두렁에서 아이들은 개구리의 뒷다리를 구워 먹었다 게구멍을 쑤시다 물쿤하고 배암을 잡은 눞의 피 같은 물이끼에 햇볕이 따그웠다 돌다리에 앉어 날버들치를 먹고 몸을 말리는 아이들은 물총새가 되었다 *짝새: 뱁새 *닐은: 일어난의 고어 *눞: 늪의 평안 방언 흰밤은 핼로..

매일 에세이 2024.04.17

정본 백석시집. 고형진 엮음. 문학동네 간행 1

우선 ‘정본’이란 말이 제목에 왜 붙었는지 궁금했습니다. 백석은 분단 이후 북쪽에서도 얼마간 작품활동을 했지만, 백석 시의 본령은 그 이전에 발표한 작품들에 있다고 합니다. (4쪽) 백석 시에서는 방언과 고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모두 표준어로 바꾸면 시의 맛이 사라지고 맙니다. 이상적인 것은 원본에서 오자와 탈자, 편집과정에서 일어난 착오만을 고치는 것인데, 그 밖에 백석이 당시 제정된 맞춤법 규정을 충분히 수용하지 않아 일어난 표기의 혼란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백석 시의 원본에서 방언과 고어는 살리고 맞춤법 규정에 위배된 표기와 오 ∙ 탈자를 바로잡은 ‘정본’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시집에 ‘정본’을 붙인 이유입니다. (4~5쪽) 김연수의 소설 ‘일곱 해의 ..

매일 에세이 202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