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 살기를 바라고 자연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그래서 밭에 쪼그려 앉아 일도 하게 됩니다. 시선이 하늘을 향하기도 하고, 마음이 길을 걷는 행인에게도 가지만 시인은 땅에게 말을 걸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듣게 되는 말이 시가 되었습니다. 미련스럽게 지난여름 낮에 풀을 뽑고 있는 내게 지나가던 그 사람이 말했네 -그걸 언제 다 뽑겠다고 앉아 있어요? 미련스럽게. 풀 못 이겨요. 그리고 가을이 물러서는 오늘 낮에 풀을 뽑는 내게 그 사 람은 말했네 -그걸 왜 뽑고 있어요? 미련스럽게. 곧 말라 죽을 풀인데. 조용히 움직였지만 실은 발랄한 풀과 오늘에는 시름시름 앓는 풀이 그 말을 나와 함께 들었네 잠시 손을 놓고 서로 어찌할 바를 몰라서. 미련스럽게 같이 술 한잔하자는 사람에게 무주를 간다며 피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