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2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창비 간행 2.

아버지와 딸의 화해는 항상 죽음이 전제되어야 할까? 젊은 시절, 빨치산으로 참전하고 그 대가로 20년 남짓의 수감생활로 가족과 격리되었던 아버지를 딸은 잃어버립니다. 다정했던 아버지가 사라짐으로 인하여 아버지의 부재는 딸에게 상처였지만 아버지가 풀려난 후에는 존재만으로 딸과 주위 친인척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이런 아버지가 ‘헥명’을 말하면 딸은 그런 아버지가 비현실적이고 마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냉소를 보냅니다. 시대가 만든 굴레를 메고 쳇바퀴 돌 듯 살았던 힘없고 남들에게 폐만 끼친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 인식한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자 딸은 상주가 되어 아버지의 장례를 치릅니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하여 생전 아버지의 모습과 다른 아버지가 자기 모르게 살았다는 것을 알아채기 시..

매일 에세이 2023.01.09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창비 간행 1.

새로울 것 없을 것 같은 세상 이야기들. 많은 작가들은 ‘창작의 고통’을 얘기합니다.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이 힘들다는 얘기일 터입니다. 하지만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세상사 모든 이야기는 새로운 게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어떤 이야기에 다른 경험담이 겹치고, 그래서 얼핏 새로워 보이지만 비유하자면 기존의 이야기를 편곡하거나 변주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이런 편곡이나 변주가 쉽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닙니다.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으려면 이야기를 잘 알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할지를 알아야 합니다. 중구난방 언어를 연결한다고 해서 이야기를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언어에 대한 개념이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아’와 ‘..

매일 에세이 2023.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