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의 화해는 항상 죽음이 전제되어야 할까? 젊은 시절, 빨치산으로 참전하고 그 대가로 20년 남짓의 수감생활로 가족과 격리되었던 아버지를 딸은 잃어버립니다. 다정했던 아버지가 사라짐으로 인하여 아버지의 부재는 딸에게 상처였지만 아버지가 풀려난 후에는 존재만으로 딸과 주위 친인척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이런 아버지가 ‘헥명’을 말하면 딸은 그런 아버지가 비현실적이고 마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냉소를 보냅니다. 시대가 만든 굴레를 메고 쳇바퀴 돌 듯 살았던 힘없고 남들에게 폐만 끼친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 인식한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자 딸은 상주가 되어 아버지의 장례를 치릅니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하여 생전 아버지의 모습과 다른 아버지가 자기 모르게 살았다는 것을 알아채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