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3

아연 소년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 옮김.

우리는 증오 없는 삶은 살지 못합니다. 증오 없이 사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알렉시예비치의 법정 진술 중에서) 윤석열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진보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양산 시골마을의 시끄러운 집회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도 시위가 허용되는데 뭐 법과 원칙에 따라 어디서나 시위는 할 수 있다는 뜻의 말을 하자, 윤 대통령이 전 대통령의 양산 시골집 앞에서 일상적으로 있는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는 집회를 허용하고 장려하는 태도라고 생각하여 맞불을 놓는다고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보수라고 자칭하는 사람들도 같이 그들의 맞은편에서 집회를 열고 있답니다. 이래저래 윤 대통령의 집 앞은 더욱 소란합니다. 대통령의 말마따나 모두 법과 원칙에 따라 하길 바랍..

매일 에세이 2022.06.21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3

사랑- 그 아픔에 대하여 “어떤 점쟁이가 가르쳐줬어. ‘모두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검은 스카프를 쓰고 큰 거울 앞에 앉아 있어라. 그러면 남편이 어디에선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절대 남편을 만져서는 안 된다. 옷자락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 그냥 이야기만 해라…’ 나는 밤새 거울 앞에 앉아 있었어… 거의 날이 새려는데 남편이 왔지… 남편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눈물만 흘렸어. 그렇게 세 번을 나타났어. 내가 부르면 나타나고 또 나타나고. 그리고 또 눈물만 뚝뚝 흘리고. 그래서 그만 불렀어. 남편이 가엾어서…” 어떤 이야기인 것 같습니까? 미래의 남편이 궁금해서 밝은 보름달 뜬 밤에 양동이에 맑은 물을 받고는 입에 식칼을 물고 양동이 속을 보면 미래의 남편이 보인다는 얘기는 들어 보신 적이 있는가요?..

매일 에세이 2022.06.14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옮김. 문학동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박은정 옮김. 문학동네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 측 피해는 전사자가 2천만 명이 넘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검색 결과 소련의 사망자 수는 2900만 명이라고 합니다. 2900만 명의 생명이 남긴 이야기는 각각의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들이었을 것입니다. 거기에다 이들 사망자의 가족들이 남긴 이야기를 합치면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도 다 듣지 못할 파란색, 붉은색, 노란색의 형형색색 이야기들일 것입니다. 인간의 생명이 소멸하는 전장의 이야기는 지금도 장엄하고 진지합니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소설과 영화, 드라마들로 나오고 있습니다. 전장의 영웅담도 있고, 적군의 간악함을 고발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이 이야기들의 ..

매일 에세이 2022.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