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같은 시를 소개합니다. 흰밤 넷성의 돌담에 달이 올랐다 묵은 초가지붕에 박이 또 하나 달같이 하이얗게 빛난다 언젠가 마을에서 수절과부 하나가 목을 매여 죽은 밤도 이러한 밤이었다 초동일(初冬日) 흙담벽에 볕이 따사하니 아이들은 물코를 흘리며 무감자를 먹었다 돌덜구에 천상수가 차게 복숭아나무에 시라리타래가 말러갔다 *무감자: 고구마 *돌덜구: 돌절구 *천상수: 빗물 *시라리타래:시래기를 길게 엮은 타래 하답(夏畓) 짝새가 발뿌리에서 닐은 논두렁에서 아이들은 개구리의 뒷다리를 구워 먹었다 게구멍을 쑤시다 물쿤하고 배암을 잡은 눞의 피 같은 물이끼에 햇볕이 따그웠다 돌다리에 앉어 날버들치를 먹고 몸을 말리는 아이들은 물총새가 되었다 *짝새: 뱁새 *닐은: 일어난의 고어 *눞: 늪의 평안 방언 흰밤은 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