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3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퍼플레인 간행 3

머리카락: 군대에서 자라는 머리카락 사족처럼 부연할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과거 군대는 폭력이 난무했습니다(영화 D.P.를 보면 아직도 군대 내 폭력이 근절되지 않았다고 합니다만 그렇게 믿고 싶지 않습니다). 선임이라는 이유로 별 이유도 없이 후임을 괴롭히는 일이 밥 먹듯 자주 일어났습니다. ‘얼 차렷’이라고도 불렀지만 폭력일 뿐입니다. 소대 내 가장 높은 선임은 중간 후임에게 막졸들이 얼이 빠졌다고 갈구고, 중간 선임은 후임들을 연이어 갈구는 구조입니다. 중간 선임은 폭력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선임자가 갈궈도 나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면 본인이 모든 폭력의 피해자 역할을 감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빠졌다고 해서 소대 내의 폭력은 근절되지 않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역할을..

매일 에세이 2023.08.14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퍼플레인 간행 2

머리카락: 서울에 살면 갖게 되는 특권들 서울에서 살면 가지는 첫 번째 특권은 도로가 막혀도 시속 40KM는 갈 수 있다는 겁니다. 교통 체증이 심하다고 하지만 대구나 부산과 비교하면 도로상황이 그리 나쁜 것이 아닙니다. 교통체증이 있어도 차의 속도가 0인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부산의 경우 교차로마다 신호를 기다릴 때면 하염없이 차를 세우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중간에 끼어드는 차를 앞차가 허락하면 앞차에 대고 뒤차에서 경적을 울리고 욕을 합니다. 차가 한 대 끼어들면 뒤차는 다음 신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다시 5분을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는 그래도 끼어드는 차량에 대해 뒤차의 아량이 큰 편입니다. 서울 사람의 아량과 불편한 욕설을 하지 않는 교양은 많은 차에 비해 도로상황이 ..

매일 에세이 2023.08.14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퍼플레인 간행 1

머리카락: 서울살이 경험 저는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서울 본사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조그만 월급으로 방을 얻고 출퇴근을 하면서 주말이면 부산 집을 왕복했습니다. 당시는 토요일에도 오전 근무를 해야 했고, 기차나 고속버스의 예약 기능은 거의 없었습니다. 회사가 있었던 남부터미널 근처에서 서울역을 가는 시간과 역에서 기차표를 끊는 시간이 길기도 했지만 남은 기차표가 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반포의 고속버스터미널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오후 1시가 퇴근 시간이지만 양해를 구하고 12시 점심을 거르고는 버스터미널로 갔습니다. 버스표는 그래도 한 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늘 표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경부고속도로의 상황이 너무나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천안까지 4차선 공사를 하느라 주말 고속도로는 늘 ..

매일 에세이 2023.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