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이혼 2

밝은 밤. 최은영 장편소설. 문학동네 간행

한때 소설 읽기를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고인이 되신 이외수 작가의 ‘꿈꾸는 식물’을 읽은 후로 기억합니다. 사창가의 포주인 형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그와 갈등하는 동생은 식물로 상징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형이 만든 우리를 태우며 탈출하는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완전범죄에 가까운 방화를 꿈꾸고 실행합니다.   문학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깨어졌습니다. 세상을 통찰하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소설가는 세상을 개혁하는 요령을 깨치고 있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젊은 시절 약육강식 먹이사슬로 합리화되던 세상은 사실은 협잡과 사기와 공갈 폭력이 난무하는 부조리일 뿐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렇다면 소설은 무기력한 현실을 위로하는 진통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던 것입니다. 사람..

매일 에세이 2024.10.21

엄마의 이름. 권여선 소설, 박재인 그림. 창비 간행

무엇이든지 참아야 하는 사람. 많이 참았던 사람. 그래서 많이 아픈 사람. 혹시라도 조금 편해지나 싶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도 미안해하는 사람. 자식에게는 한없이 지기만 하는 사람. 우리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런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어머니도 요즘은 많이 소환됩니다. 아이를 아프게 하는 사람. 남편을 외롭게 하는 사람. 자기만 아는 사람. 정 반대의 어머니가 소환되는 것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세상 어떤 사람도 한편으로만 편향된 그런 캐릭터를 가지지는 않잖아요? 여기 어디 중간쯤에 제가 아는 어머니, 그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머니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숙 씨와 춘영 씨의 딸로 태어난 반희 씨는 두 사람이 시키는 대로 살다가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핑계로 두 사람에게서 도망..

매일 에세이 2023.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