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이름이 풍기는 기운이 남다릅니다. ‘산하’라는 이름이 본명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인의 나이로 견주어 보면 아버지 세대가 ‘산하’란 이름을 지어 주시기에는 시대가 엄혹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지만 자식이란 것이 이름 때문에 굴곡진 삶을 살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이름을 지을 때는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지기 마련입니다. 혹여 관재수를 끼고 살아야 할 이름을 지었다면 이것처럼 낭패를 느낄 아버지의 고통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자식들이 크면서 아비의 뜻대로 사는 경우가 어디 그렇게 흔하겠습니까? 그렇다고 아비의 뜻을 따른다면 아비의 그릇 이상으로 자랄 수도 없을 것이니 아비 된 입장에서 다만 이름에라도 어떤 액운이 없길 바라며 이름을 지을 따름일 것입니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