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모모 간행
세상에서 억울한 죽음이 더욱 슬픈 이유는 누군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했더라면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 때문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불운의 칼이 머리 위에 떨어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조금만 아주 조금만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죽음을 피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무기력한 후일담 때문일 것입니다. 죽은 자의 참담함도 그렇지만 남은 유가족의 가슴을 숨 쉴 수 없도록 누르는 갖가지 안타까운 생각들이 날카로운 아픔으로 산 자들을 괴롭힙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다는 말은 언뜻 틀린 말처럼 보입니다. 죽은 자를 보내지 못하는 산 자는 살아 있다는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합니다. 그런데…
죽은 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사랑하는 그 사람을 다시 볼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차피 살아갈 기운도 없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예정된 죽음에 동승할 결심을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있을 법한 생각을 이야기로 엮은 책입니다. 그러나 죽음이 죽음을 부르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리는 이야기입니다.
열차가 전복되어 골짜기로 떨어져 기관사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상실감은 유가족의 삶을 위협합니다. 북받치는 슬픔에 통곡하는 이들에게 사고가 난 열차를 탈 수 있고 사고로 죽은 가족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하나,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 둘,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셋, 열차가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 넷,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만일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피해자를 하차시키려고 하면 원래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
열차에서 사고를 당해 죽은 연인에게, 아버지에게, 당신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마지막 말을 전하기 위해 유령열차를 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죽도록 사랑한 사람, 사랑을 전하지 못한 아쉬움에 잠조차 이룰 수 없는 사람, 후회할 일만 잔뜩 쌓아두고 용서의 말조차 한마디 못 했던 사람, 위로와 보호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사람이 유령열차를 기다리는 이야기입니다. 죽은 자를 너무도 사랑하여 같이 죽기까지 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죽은 자들은 누구도 그들과 함께 하길 거부하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은 누구도 북망산길에 동행하길 원하지 않고, 요단강을 건널 배에 타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삼도천의 다리를 같이 건너길 원하지 않습니다. 유령열차에서 내리지 못하는 승객들, 사고를 당한 그들이 전하는 말은 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기차에서 내리세요”
“행복해야 해”
오늘도 어디선가 일어나는 예상하지 못한 사건과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을 위로하는 이야기입니다. 4월은 세월호 사고가 난 달입니다. 유가족들에게 아이들이 전하는 말도 그럴 것으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