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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삶을 케어하는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들의 팬데믹 적응기

무주이장 2022. 4. 19. 17:34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삶을 케어하는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들의 팬데믹 적응기

(그래도 마지막까지 삶을 산다는 것, 권신영 지음, 출판사 클.)

 

 1347년 중국과 아시아에서 시작하여 유럽으로 여러 차례 전염된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 2,500만 명이 사망했다는 것을 통계로 확인합니다. 소설의 주요 소재가 되는 페스트, 흑사병은 말 그대로 책 속에 있는 질병이었습니다. 1601년 유행성 인플루엔자를 확인한 후 300년이 지난 1918년 스페인 독감은 몇 달 만에 2,000만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것 역시 제가 겪어보지 못한 책 속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202246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93,765,185명이고 완치자는 429,365,389명입니다. 사망자 수는 6,182,905명이고 오늘도 사망자는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책이 아니라, 직접 겪는 최초의 팬데믹입니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 중에 페스트를 겪은 생존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고, 스페인 독감을 겪은 경험자는 104세가 넘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최초로 경험하는 전 세계적인 현상을 겪는 것입니다. 팬데믹으로 선언된 후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불안을 겪은 직업 집단이 의료인일 것입니다. 직접 환자를 진료하고 돌봐야 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입은 D레벨 방호복이 그들의 불안을 상징하는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그들은 병명이 다른 환자를 치료할 뿐 본업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호스피스 전문간호사의 경우는 똑같은 환자를 치료하지만, 많은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호스피스 간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인한 제약을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들을 인터뷰하고 정리하여 202112월 발표한 논문을 토대로 기획한 책이 권신영이 지은 그래도 마지막까지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의 목적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대신하여 신체적 고통을 완화하는 의학적 치료에 더해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부분을 돌보는 곳으로, 환자와 가족이 말기 진단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고,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환자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곳이라고 합니다. 의학적 치료는 cure가 아니라 care이므로 통증 완화 등의 처치를 말하는 것이고, 환자가 입원하는 입원실과 간호사실, 처치실이 보통의 병원과 같이 있습니다. 그러나 호스피스 병동의 특징은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부분을 돌보는 자원이 활동하는 부분으로 환자의 임종까지 수차례 이어지는 임종 상담과 사별가족 지지 모임 등을 할 수 있는 상담실 운영, 환자와 가족의 휴식 및 편의를 위한 필수 시설인 가족시설, 요법치료사들이 각종 요법을 시행하는 프로그램실, 호스피스 코디네이터와 사회복지사가 행정적 뒷받침을 하는 공간인 호스피스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는 목욕실, 자원봉사자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영혼이 기댈 종교 행위를 할 수 있는 종교시설, 그리고 환자가 마지막으로 가족과 함께 임종을 맞을 임종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호스피스 병동의 30%는 공공의료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 병동이 코로나-19의 발생을 이유로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전환하여 코로나 환자를 위한 공간으로 바뀌고, 호스피스 전문간호사의 업무도 바뀌게 됩니다. 그렇지 않은 호스피스 병동도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방역지침이 엄격하여 보호자 1인 만이 환자를 돌보아야 하고, 환자의 임종 때에도 직계가족만이 임종실 출입이 가능하여 편안한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이 한계에 부딪히고 맙니다. 역시 자원봉사자와 요법치료사들의 출입도 제한되어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이에 더해 간호사들의 업무도 가중되고 말았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의 목적 중 많은 부분이 훼손된 것입니다.

 

 누구도 불만을 얘기할 수 없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잃어버린 자원과 소진된 감정을 추스르며 애써는 호스피스 전문간호사들의 모습에서 공공의료기관의 부족을 실감합니다.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이 코로나 환자들을 위하여 병원을 비워줘야 하는 현실이 선진국으로 도약했다는 홍보 구호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이번 팬데믹과 앞으로도 출현할 새로운 질병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사건이 있습니다.

 

 2013년 경남도지사 홍준표는 진주의료원을 폐쇄합니다. 적자가 누적됨에도 의료원 종사자들이 놀고먹는 특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근거였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 경남 진주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궁금합니다. 돈으로 셈하면 인간은 보이지 않습니다. 인간이 보이지 않으면, 아니 미운 인간만 보이면 행정을 하면 안 됩니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작은 뜻은 미운 인간을 제하려는 노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병약한 사람을 구하려는 마음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우리 간호사들의 노력에 감사하며 어려운 환경을 바꾸는 노력에 응원할 것을 약속하면서 님들 모두 건승하시길 기도합니다.

 

 권신영님의 책을 통해 호스피스 병동에 대한 이해가 생긴 것에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글은 예스24의 행사를 통하여 증정받은 책을 읽고 쓰는 것임을 밝힙니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