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악의 평범성. 이산하 시집. 창비시선453. 6

무주이장 2024. 1. 22. 10:26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 농성을 하는 바로 옆에서 치킨 먹방을 했던 짐승의 소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지 않아 귀만 씻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주의를 게을리하면 짐승들과 마주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주경계를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이태원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이번에는 침을 질질 흘리며 먹이에 다가서는 야만의 생얼을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또 눈을 버렸습니다. 익명의 죽음이 누운 빈소를 보았던 것입니다. 근조 리본은 뒤집어 달았다고 합니다. 야만의 침을 가린 마스크만 보였습니다. 시을 읽다가 본 야만은 시인의 위로가 있어 읽고 난 후 뱉어야 하는 가래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악의 평범성 1

광주 수산시장의 대어들.”

육질이 빨간 게 확실하네요.”

거즈 덮어놓았습니다.”

“에미야, 홍어 좀 밖에 널어라.”

 

19805월 광주에서 학살된 여러 시신들 사진과 함께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이다.

 

우리 세월호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된 게 아니라

진도 명물 꽃게밥이 되어 꽃게가 아주 탱글탱글

알도 꽉 차 있답니다~.”

 

요리 전의 통통한 꽃게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라 있는 글이다.

이 포스팅에 좋아요500여 개이고

감탄하고 부러워하는 댓글은 무려 1500개가 넘었다.

좋아요보다 댓글이 더 많은 경우는 흔치 않다.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고 환호한 사람들은

모두 한 번쯤 내 옷깃을 스쳤을 우리 이웃이다.

문득 영화 살인의 추억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범인을 찾은 듯 관객들을 꿰뚫어보는

송강호의 날카로운 눈빛이 떠오른다.

범인은 객석에도 숨어 있고 우리집에도 숨어 있지만

가장 보이지 않는 범인은 내 안의 또다른 나이다.

예스24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