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이 구속되었다는 기사를 잠깐 봤던 기억이 납니다. 서민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던 그도 돈에는 약한 인간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해서 브라질 국민들을 얕잡아 봤습니다. 이놈 저놈 모두 똑같이 썩은 놈들이라 국민이 다시 뽑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의 글을 보고는 제가 바보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21세기형 쿠데타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것이 선생의 주장입니다. 쿠데타의 행동대원은 언론인들이었고, 부패한 법조인들이 카르텔을 이루어 보우소나루가 정권을 잡게 도왔습니다. 보우소나루는 정권 창출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그 대가로 국영기업들을 민영화시켜 나눠 먹게 했다고 합니다. 선생은 브라질은 망하지 않았지만 브라질의 서민 다수는 망했다고 평을 합니다.
우리 대통령이 유독 자주 말하는 것이 카르텔입니다. 카르텔이 나오면 장관도 참모도 꼼짝 못 하고 카르텔을 찾아냅니다. 찾아내지 못해도 있는 척 만들어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카르텔은 모피아나 검찰 법원의 전관예우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노동운동에도 학원가에도 과학계에도 카르텔이 있다고 합니다. 브라질의 법조-언론 카르텔이 정권을 잡듯이 우리 검찰-언론 카르텔도 정권을 잡았는데, 그들 카르텔이 다른 카르텔을 겁내는 것은 본능일 것입니다.
저는 어떤 카르텔이 어떤 짓을 하던 노출이 되면 곧 고쳐질 것으로 믿습니다. 우공이 산을 옮기듯 시간은 걸리더라도 반드시 고쳐질 것이라는 믿음은 확고합니다. 정권은 길어야 10년만 지나면 바뀌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누구도 10년을 넘는 세월 동안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자기편을 만드는 것은 불안정한 인간의 성정을 감안하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법조-언론 카르텔도 아니고 전관예우도 아닙니다.
정권이 어떻게 바뀌고, 정책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가진 놈은 참고 기다리며 살 수가 있습니다. 기업에게 권력이 넘어갔다는 표현은 이 말의 다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잠깐 폼 잡고 까불다가도 5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정권입니다. 문제는 서민입니다. 가진 것 없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은 연 단위의 계획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요원한 미래입니다. 현재를 살다 망하는 서민이 저는 신경이 자꾸 쓰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제가 마치 대단한 듯 착각이 듭니다. 그저 그렇다는 말입니다. 오해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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