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815호. 당신은 그냥 나쁜 변호사를 만났다. 임자운(변호사)
작년 회사에서 민사소송을 시작했습니다. 공장을 건축하면서 이웃과 토지매매계약을 하고 그 계약이 취소되는 과정을 겪으며 갈등이 심했습니다. 그래도 세상은 돌아가는지라, 무사히 공장을 준공하고 가동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젊은 대표는 마음이 많이 상했던 모양입니다. 사사건건 시비를 건 이웃주민을 응징하고 싶은 마음에 변호사를 찾아갔더니, 100% 이기는 소송이다는 말에 시작한 소송이었습니다.
결론은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완벽한 패배였습니다. 손해배상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던 일이 거꾸로 배상을 하게 되었으니 황당한 일을 당해 당황을 크게 합니다. 소송과정에서 우리 변호사의 태도에 저는 많이 분개했습니다. 첫째, 사건 내용을 몇 번에 걸쳐 설명하였음에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준비서면이나 변론서면은 소송 당일까지 거의 준비를 하지 못한 채였습니다. 셋째, 복대리인을 선임하고 본인은 다른 일을 하면서 매우 바쁘다는 이유를 늘 달았습니다. 넷째, 재판부의 의견을 듣고도 재판부가 왜 그런 의견을 내는지, 그 의견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없이 단정적으로 본인의 확신을 강조할 뿐이었습니다. “100% 이깁니다.” “상대방 변호사가 아무것도 모릅니다.” 같은 추상적인 의견을 만날 때마다 우리에게 얘기하며 일과 상관없는 자랑을 했습니다. 결론을 아까 말씀드렸지요. 이거 제가 얘기하면 우리 변호사 험담으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시사in 이번 주, 815호에 실린 글입니다. 임자운(변호사)이 쓴 ‘당신은 그냥 나쁜 변호사를 만났다’입니다. 최근 학폭 소송 불출석 3회 이상을 이유로 패소한 사건의 담당변호사 권경애 사건을 접하고는 우리 회사 변호사의 태도가 이미 변호사 사회에 만연한 불성실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변호사는 어떻게 보았을까요?
서면은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이 쓰고, 심지어 의뢰인이 작성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사건을 의뢰인 몰래 다른 변호사에게 넘기고 소개비까지 챙기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임자운 변호사는 이런 일은 폭로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한 폭로가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지금 권 변호사 개인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일보다는 훨씬 더 의미 있어 보인다고 합니다. 권 변호사가 어떤 책의 저자라는 이유로 이 사건까지 진영논리로 소비하는 것보다는 몇 갑절 값진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동종업계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스스로를 비판하기가 어렵습니다. 배신의 낙인을 찍어 왕따를 시킬 우려도 높아집니다. 썩어 들어가는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면 부패하고 부도덕한 그들과 거래하는 외부인은 피해를 입습니다. 사회는 부조리가 생활화됩니다. 무엇이 잘못인지 가치 판단이 어려워지지요. 우리 사회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변호사가 법원과 검찰, 변호사를 비판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임자운 변호사의 글을 읽으면서 “그런데 나하고 무슨 상관인데?” 묻던 과거가 그리워졌습니다. 일부 변호사의 문제로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고, 약에 쓰려 찾는 개똥처럼 희귀했던 과거를 말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새 여기저기 고개 들고 눈만 뜨면 찾아지는 군상이 되었습니다.
아침마다 한두 꼭지의 글을 읽고 있습니다. 기자가 말하는 언론계, 기레기와 기더기에 덮여 기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그들의 세계를 한때 몸담았던 기자가 쓴 책입니다.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라는 책입니다. 김성호가 지었습니다. 의사가 의사를 비판하고 간호사가 간호사를 비판하면 간호사법을 폐지하지 않으면, 파업하겠다는 의사들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스스로를 비판하는 겸허함은 상대를 이해하는 원동력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책이 각 업역에서 가열차게 출간되길 기대합니다.
아! 우리 회사 소송은 2심에서 무승부가 되었습니다. 돈을 더 들였습니다. 1심 변호사요? 어디 방송에서 법률 자문을 하는가 봅니다. 보여지는 것이 다가 아닌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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