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나왔습니다. 문학이라는 좁은 창을 통하여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에 매년 빠지지 않고 작품집을 읽습니다. 호구지책을 큰 어려움 없이도 해내는 능력을 가지신 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매일의 삶을 큰 무리 없이 살아내려면 제갈량의 책략이라도 빌려야 하는 보통의 사람은 자신의 환경 밖을 보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일상의 업무라는 것이 서류를 보고 정리하고 집계하여 전체의 모습을 쉽게 보이게 하는 일이지만 정리를 한다고 해도 전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를 선명하게 노출시키고, 효과적인 대책을 쌈빡하게 표현하려는 기호와 단어의 선택이 모호하기만 합니다. 능력을 탓하고 오지 않을 행운을 기대하지만, 제갈량을 찾을 기업이 없는 월급쟁이로서는 지치기만 합니다. 한 해 동안 지쳐 늘어질 때, 마치 지친 일상을 피해 운동을 하듯, 늘 쓰던 방식이 아니라 반대로 근육을 쓰는 것이 운동이듯, 선정된 작가들의 시선을 따라 세상을 읽어보는 것입니다. 어떨 땐 위로를 받고, 어떤 경우에는 읽기에 힘이 들어 책에서 시선을 떼고 싶기도 하지만 운동이란 것이 그렇듯 삶의 근육을 단단히 해주기도 하니 큰 비용 드는 것도 아니고 책을 폅니다.
암치료는 아직도 어려운가 봅니다. 암의 완치라는 말이 생존기간 5년을 목표로 설정된 개념이라는 것을 오래전 들었습니다. 암이 완치된다고 하더라도 건강할 때의 생존방식을 회복하는 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계속되는 치료과정에 지친 환자들이 고민하는 것이 연명치료에 대한 걱정입니다. 마음이야 육체와 정신을 남에게 의존하여 생존하기 싫지만,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걱정을 떨쳐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병원 침상에서 고민하는 것보다 꿈꿔왔던 삶을 현실화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가 봅니다. 대상작 최진영의 ‘홈 스위트 홈’의 주인공을 응원하였습니다.
한때 티아라를 좋아했습니다. 요즘은 유튜브가 있고, 티아라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히트곡을 모아 쉽게 들을 수 있지만, 과거의 흥과는 달리 심드렁합니다. 대중의 인기를 통해 돈을 버는 세상에는 팬들도 있지만, 안티도 많습니다. 티아라가 깨진 것은 팀원들 간의 불화였습니다. 누군가는 왕따를 당했고 패거리를 지어 공격했다는 말들이 모여 무대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팬들 때문에 흥했으니, 팬들이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말이 칼처럼 화살처럼 날아다녔습니다. 이제 대중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음악 그룹이 ‘세상 모든 바다’로 연결되어 선한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세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미’가 표방하는 것도 그런 것 같았지요. 그럼에도 세상 모든 것들이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실망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김기태의 ‘세상 모든 바다’가 공연을 이어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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