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
종묘를 소개한 후 저자는 창덕궁과 창덕궁 후원 그리고 창경궁을 소개합니다. 서울의 궁궐 중 경복궁과 덕수궁은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창덕궁과 창경궁은 아직 가지 못했습니다. 동궐도는 보았지만 동궐이 어딘지는 복잡한 궁궐 그림을 보면서 잊었습니다. 서울의 궁궐이 5대 궁궐이었다는 것도 이 책을 보고야 알았습니다. 관심이 이리도 없었던 사람이 역사에 관심 있는 척하고 다녔다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창덕궁과 창경궁을 다녀올 생각을 했습니다.
책 표지에는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만천명월이라면 만 개의 개울과 밝은 달이란 말일 겁니다. 주인옹은 주인 늙은이라는 말이지요. 만천과 명월의 주인 늙은이는 누구일까요? 답은 정조입니다. 창경궁 후원의 정자 중 대장 격인 정자가 존덕정(덕을 존중하는 정자라는 뜻쯤 될 듯합니다)이라고 하는데, 평면이 육각형이라 처음에 육면정이라 불렸고 육우정이라고도 했다고 합니다. 매우 아름답고 당당하고 기품 있는 정자이기 때문에 인조 때 세워진 이래로 숙종, 영조, 정조, 순종까지 많은 임금이 존덕정에 와서 시와 문장을 남겼습니다. 그중에서도 정조가 지은 ‘만천명월주인옹자서’라는 장문의 글이 잔글씨로 새겨져 있어 이 정자의 역사적 주인공이 되었다고 전 유 문화재청장은 설명합니다.
달은 하나뿐이고 물의 숫자는 1만 개가 된다며 사람의 유형을 1만 개의 물로 비유해서 유형을 나누고, 이들 다양한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느냐를 고민하며 용인술을 설명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가는 하나뿐인 달인 임금 정조에 달렸으니 성인을 따라 배우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글이라고 합니다. 통치자로서 정조의 철학이 밝게 드러나는 천하의 명문이라며 저자는 감탄을 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존덕정에서 만난 노무현 대통령을 추억합니다. 노 대통령이 꿈꿨던 권력기관(노 대통령은 국정원,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을 의미했습니다) 힘을 빼기는 당시 실패했다며, 노 대통령을 정조와 비교하면서 저자는 한 꼭지의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저자가 노 대통령에게 존덕정에서 한 말이랍니다. “혁신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개혁을 하면 손해를 보는 집단이 생겨서 금방 반발에 부딪칩니다. 무를 갖고 동치미를 담그는 것이 아니라 깍두기를 씻어서 동치미를 담그는 것과 비슷합니다. 잘못하다가는 동치미도 안 되고 깍두기만 버리는 일이 생길까 그게 좀 염려스럽습니다.”
정조와 비견되는 우리의 대통령 노무현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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