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예술이다.
과거 로마인이 만든 길을 걸으며 확인하는 건축물과 건축물이 소장하고 있는 예술품들을 감상하면서 걸작이라고 감탄을 합니다. 근대와 현대에서도 열정으로 만든 작품들을 전시하기 위한 전시 공간이 만들어졌고, 만들고 있습니다. 미술관의 외관이 아름답던 그렇지 않든,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전시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합니다. 작품을 소장한 전시공간을 품은 도시는 작품들이 뿜는 미적 감각으로 인하여 다양한 모습을 띠며 사람들을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도시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은 사람들입니다. 도시에 사람들이 사라진다면 도시는 의미를 상실합니다. 결국 사람이 없다면 예술은 없어진다는 말과 다름이 아니지요. 사람이 만든 예술이 작품을 만들고, 미술관을 만들며, 나아가 도시를 만들지만, 이들 예술은 사람을 위로하고, 절망 속에 절규하던 사람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사람과 예술은 유기체가 되어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영원히 서로를 지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과 예술이 한 몸이 되는 경험을 저자는 앙티브에서 소개합니다. 클로드 모네가 ‘앙티브 요새’를 그린 장소를 찾아가곤 한다면서, 모네의 작품으로 들어가 그 일부가 되어보는 경험을 하는 것을 여행이 예술이 되는 순간이라고 말합니다. 여행도 예술이라는 말은 인간의 삶이 예술이라는 말과 동어반복의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처음 가는 여행지이든, 자주 가는 여행지이든, 여행은 새로운 풍경, 익숙한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마르셀 프루스트를 각색했습니다)입니다. 새로운 눈을 갖는다는 것은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는 말과 또한 같은 말이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드리는 말이 논리의 비약이고 예술의 확대해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제가 대학생이든 어느 날, 영어학원의 외국인 강사를 모시고 경주를 여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같이 공부하던 수강생들이 강사를 초대해 여행을 가면서 영어공부를 하자는 목적이었습니다. 불국사를 구경하고 석굴암을 보기 위해 토함산을 올라서 드디어 석굴암의 유리문 앞에 섰습니다. 석굴암의 본존불이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봤던 기억과 달리 작고 초라해 보였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우리가 자랑하던 문화유산에 대하여 외국인 강사가 실망을 했나 싶어서 미리, 비록 규모는 중국의 석굴보다는 작지만 솜씨가 화려한 조각품이라는 뭐 그런 설명을 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 외국인 강사의 반응은 저의 걱정이 이유 없다고 오히려 대단한 작품이라며 감탄을 했습니다. 그녀의 설명은 대강이 이랬습니다.
“석굴암의 본존불 조각상이 중국의 그것과 비교하면 작다는 설명은 잘못된 해설이다. 본존불이 앉은 석굴만 작품이 아니고 그가 바라보는 동해까지가 작품이라고 설명해야 한다.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이 첩첩한 산 능선들을 넘어 본존불을 비출 때, 이 작품은 완성된다.” 그녀의 설명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우리가 작품을 얘기할 때, 공간도 사실 작품의 일부라는 설명은 저자도 합니다. 그는 우리가 작품을 통해 위안과 감동을 얻기 위해 미술관을 찾는다면서, 그리고 아름답고 고요한 공간에서는 이를 몇 배 더 많이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고흐의 작품을 여럿 소장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크릘러 뮐러 미술관이 그렇다고 예를 들기도 합니다. 흔쾌히 동의합시다. 쓰레기통에서 피어난 장미도 의미가 있지만, 피어난 장미를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공간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읽었던 책에서 여행, 여행을 하는 사람들, 사람들이 모여서 북적대는 도시들, 그 도시들이 소장한 전시공간 그 자체와 그 전시공간들이 품고 있는 예술품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예술품이라는 생각에 제한된 지면이지만 알리고 싶고, 쓰고 싶었던 주제나 소재가 끝도 없이 광활하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에 깜짝 놀랍니다. 한 권의 책, 한낮에 다니는 미술관이 제게 알려준 내용들에서 저자의 생각을 빌리고, 나의 생각을 더해서 한 편의 리뷰를 만든 저에게 스스로 감탄하면서 저도 예술가이고 작가이고 화가라는 생각에 가슴 벅찹니다. 비록 조잡하여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겠지만,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제가 예술가가 아니면 뭐겠습니까? 책을 읽는 재미가 점점 더 쏠쏠해집니다. 모두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시는 예술가들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습니다. 이 책, 이런 인식에 동의하는 책이라고 과감히 소개합니다.
이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P.S. : 412쪽 맨 아랫줄 ‘이제는 카페 반 고흐과 불리는’은 ‘카페 반 고흐라 불리는’의 오타입니다. 다음 쇄에서는 수정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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